[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씨(46·수감 중)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이른바 '가짜 편지'의 실제 작성자로 알려진 치과의사 신명씨(51)가 입을 열었다.
뉴스토마토는 11일 새벽 미국에 머물고 있는 신명씨와 1시간 동안 국제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씨는 "홍준표 전 대표가 가짜편지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특히 홍 전 대표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면 언성이 높아지고 더욱 뚜렷한 목소리로 홍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신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오는 4월5일 가짜편지의 배후에 대해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귀국 날짜는 언제쯤으로 잡고 있는가?
"조용히 3월 말에 귀국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내가 뭐 잘한 게 없는데. 4월 5일이라는 이유는 홍준표가 정치를 그만둬야지. 왜 그러냐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한테 미안한적 없다. 나는 고의로 한 게 없다. 다 시켜서 한 것 뿐이다. 대통령 취임했는데 내가 거기다 대놓고 들이댈 순 없었다. 아무것도 내 손 안에 없는데, 뭐라도 증거라도 있어야 하는데, 시키는대로 해야지 안 죽고 살려면. 발표 날짜를 4월5일로 잡은 이유는 홍 전 대표가 정치를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다. 선거 때문에 잡은 날짜다. 선거가 닥쳤는데 이 사건에 대해 거짓말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실직고해야 하지 않겠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 동서인 신기옥씨가 배후 핵심이라는 설이 있다.
"신문에 보도된 부분이 다 맞다. 그 분들은 관여 안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최시중 전 위원장은 어차피 드러난 인물이고 안 드러난 사람이 하나 있다. 귀국해서 이 부분에 대해 밝힐 것이다"
▲홍 전 대표가 가짜편지임을 사전에 언질을 받고도 기자회견했다는 주장이 있다.
"홍 전 대표가 미리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 그건 내가 알 수가 없다. 그건 그 사람 속이니까. 그런데 홍 전 대표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나? 홍 전 대표는 나를 본적도 들은 적도 안적도 없다고 했다. 근데 왜 편지가 홍 전 대표의 책상 위에 놓여있으며, 왜 편지를 가지고 있나. 기자들이 취재하는 과정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기자들이 그럴듯한 내용이 제보로 왔다고 해서 그대로 기사 쓰지 않는다. 취재원을 확인하고 제보내용을 확인한다. 홍 전 대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 내용이 그럴듯하다고 편지 내용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했겠나?"
▲김경준씨가 신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데 검찰과 연락을 하고 있나? 검찰에서 연락은 몇 번이나 왔는가?
"이상한 전화가 처음에 왔다. 내가 미국시민권자이지만 영어를 잘 못한다. 미국인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 아시아 사람이 영어를 하면 좀 알아듣는데 아시아 사람 영어 발음으로 전화가 왔다. 한국사람이나 아시아 사람이 전화로 협박하나 싶었다. 다음에 또 전화가 와서 들어보니 '위치가 어디냐'. '당신이 신명이냐', '가족은 있냐' 이런 것들을 물어보길래 겁이 덜컥났다. 그래서 검찰에 전화를 했다. '왜 나를 인터폴에 수배했냐'고 항의했더니 검찰에서 '그런 적이 없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담당 검사는 '빨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해서 가면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그러더라. 이것은 지엽적인 일이니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더 자세히 말하겠다. 제일 중요한 것은 홍 전 대표가 연관된 가짜편지 부분이다.
김경준이 떠드는 것 좋다. 그렇게 억울하면 본질을 얘기하라는 것이다. 본질이 아니고 지엽적인 것을 왜 얘기하냐. 제일 중요한 것은 피해자한테 돈 돌려주고 얘기해야하는 것 아닌가. 자기가 떳떳하려면 떳떳하게 다 털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나 괴롭히고 이런 것 중요한 것 아니냐.
그 편지는 왜 홍준표가 흔들었는지 그것은 아직도 의문이다. 검찰에서 물었다고 해도 몰랐다고 할 사람이다. 홍준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안했으면 한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이 지금 제3자가 아니지 않나? 당사자다 당사자. 나는 강요에 의해서 한 건데. 강요에 의한 것은 큰 죄는 안되지 않나. 시킨 사람이 나쁜 놈이지. 직접 쓴 사람은 인정을 하고 시킨 사람은 안했다고 하고.
4월5일이라는 것은 선거 때문에. 얘기안하면 그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4월5일 밖에 없다. 그것은 홍준표가 내게 가르쳐줬다. 선거 닥쳤는데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거짓말 할 시간이 있겠나? 선거 앞두고 이실직고 해야하지 않겠나?
한 사람은 거짓말하는 것이고, 나는 거짓말 하고 있지 않다. 난 거짓말 하는 것 아니다. 두고봐라."
▲4월5일에 폭로할 내용이 뭔가?
"얘기할 것은 이미 다 했다. 4월5일에 얘기할 것은 나밖에 모른다. 얘기해 줄 수 없다. 이해를 바란다. 내가 이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내가 정봉주 전 의원도 만났고 유원일 전 의원도 만났다. 그 사람들은 모두 정치인이다. 정치인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정치인이니 모두 말해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변호사를 선임했나?
"사촌동서가 변호사다. 변호사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부를 생각이다. 변호사를 부른다는 것은 내가 떳떳하지 못할 경우에 부르는 것 아닌가? 자신이 사실대로 얘기하면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 '양선생님(가짜편지를 쓰게 만든 신명씨 스승 양승덕 교수) 이게 어떻게 된겁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벌써 여덟 번 법률검토 했으니까 문제없다'고 양선생님이 그러더라고. '나하고 형을 위해서 한 거'라고 양 선생님이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해. 내가 상식적인 일을 안했다고 하지만. 거짓말도 악의적인 것과 상식적인 것이 있지 않느냐."
▲홍 전 대표와 친분이 있었나?
"홍 전 대표가 날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했다. 나에게 자기 형(김경준씨와 미국 구치소에 함께 있었던 신경화씨를 말함) 감형이나 해주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나를 국회의원 선거에 이용해먹으려고 한 것이다. 더군다나 수사의뢰까지 했다.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으면 나 같은 사람이 다시 피해를 입을 필요가 없었다. 홍 전 대표가 너무 나쁜 것이 뭐냐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수사의뢰를 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이 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사람이 수사의뢰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수사의뢰 하도록 시켜놓고서 그렇게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냥 쉬고 있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다. 귀국이라고 따로 준비할 것도 없다"
▲김경준씨에 대한 생각은?
"김씨는 거짓말을 하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그런 김씨를 이용해 출마할 생각만 하고 있다. 김씨하고 엮이면 다 끝이 안 좋게 끝난다. 내가 저 사람(김경준씨를 말함)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으로 김씨에게 접근하는데 오히려 그 사람이 이용당한다. 김씨는 자기 살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저 사람은 돈 다 돌려주고 얘기해야 한다. 그래놓고 이명박이 어쩌구저쩌구 떠들어야 한다. 돌려주고 나서 얘기해야지. 결국은 돌려주기 싫다는 것과 다를게 뭐가 있나. 형 문제는 김씨와 연관된 것이 있지만 나와는 관계가 없다. 나는 편지문제가 핵심이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똑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획기적인 일 일어나지 않는다.
김경준씨가 명예훼손 소송을 낸 것도 다치면 형이 다치지, 난 아니다. 난 쓰라고 해서 쓴 죄 밖에 없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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