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 2010년 발생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인사가 개입, 사건을 축소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검찰이 뒤늦게 수사 검토에 나서는 등 파문이 번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선)는 6일, 전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 직원 장진수씨가 불법 민간사찰 증거자료를 파괴하라는 청와대 인사의 지시 사항이 담긴 면담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장씨는 2010년 6월과 7월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국무총리실 소속 공무원들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상대로 불법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인 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고의로 파손한 혐의 등으로 진경락 전 공직자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과 전 공직윤리지원실 팀원 권모씨 등과 함께 기소됐다.
◇검찰수사 시작되자 증거자료 삭제
당시 재판기록 등을 보면, 장씨는 이 지원관 등 공직윤리지원관실 일부 직원들에 대한 내사 후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진 과장의 지시에 따라 2010년 7월5일부터 권씨 등과 함께 이 전 지원관 등 해당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자료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장씨 등은 처음에는 인터넷상에서 자료를 자동 삭제하는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컴퓨터 자료를 삭제했으나, 부족하다는 진 과장의 지시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떼어낸 다음 외부업체에 삭제를 의뢰, 영구삭제 및 파손한 뒤 다시 본체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증거자료를 삭제했다.
진 과장과 장씨, 권씨 등은 이후 증거인멸 및 공용물건 손상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서 진 과장은 징역 1년, 장씨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권씨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후 열린 항소심에서는 공소사실 중 일부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진씨에게 징역 10월, 장씨와 권씨 징역 8월이 각각 선고되고 세 사람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금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 "컴퓨터 다 없애라"
그러나 특별위가 공개한 장씨의 진술에 따르면, 범행을 주도한 진씨 뒤에 청와대 인사가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장씨는 이 청와대 인사가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지명했다.
특별위가 공개한 장씨와의 면담 녹취 자료에 따르면, 장씨는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 앞으로 올라오라고 해 가보니 1팀 컴퓨터와 진 과장 컴퓨터를 다 강물에 갖다 버리든지, 그냥 다 부숴서 버리든지 없애버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장씨는 이어 "최 행정관이 '지금 민정수석실하고 다 상의가 되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검찰에서 오히려 요구한 사항이다. 무덤까지 가져가고 너만 알고 있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변호인에게 사실 얘기를 다 해봤지만 변호인이 '형량에 도움이 안된다. 최종석 지시를 받았다고 해봤자 진경락 지시가 있지 않느냐, 추가적으로 최종석까지는 안 해도 된다"고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씨의 변호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중소로펌인 C법무법인이 맡았었다.
장씨 진술에 따르면, 최 행정관의 회유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집요하게 계속됐다.
◇"괜찮은 직책으로 가라..사면해주겠다"
장씨는 "1심 재판 중 최 행정관이 'OO자동차 부사장을 안다.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해 확인을 시켜주겠다. 만나자'고 했는가 하면, 항소심 재판 중에는 '좀 괜찮은 직책으로 가면되지 않겠느냐, 연봉도 괜찮고 한 데로, 공공기관도 너무 표시 안 나는 곳 그런쪽으로 가면 좋겠다. 사면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장씨의 주장이 수사 단서가 될 지 여부에 대해 판단한 뒤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씨에 따르면 최 행정관은 현재 미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최 행정관에 대한 수사결과에 따라 청와대가 측근 비리로 인해 또 한번 곤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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