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MSO 씨앤앰 인수 가능할까?
2012-02-24 15:23:07 2012-02-24 15:23:07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롯데그룹이 복합케이블사업자(MSO) C&M(씨앤앰) 인수 검토를 위해 씨앤앰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접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씨앤앰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특히,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GS강남방송 등 인수를 위해 빌렸던 차입금 등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데다, 일부 자금 상환이 목전으로 다가와 롯데와의 만남 자체가 매각과 맞물려 화제로 떠올랐다.
 
◇씨앤앰 인수검토는 롯데홈쇼핑 1위 탈환용?
 
유통공룡 롯데그룹은 시장점유율 50%를 넘나드는 부동의 1위 롯데백화점, 할인점 롯데마트 등 유통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며 연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023530)은 우리홈쇼핑 인수 당시 “유통의 지배력을 홈쇼핑으로 전이시켜 단숨에 1위를 탈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그룹은 홈쇼핑을 키우기 위해 주요 MSO에게 기존 홈쇼핑보다 30% 이상 높은 송출 수수료를 주며 이른바 황금채널이라 불리는 'S(Special)채널', 즉 KBS 등 주요 지상파방송 사이 채널을 일제히 부여 받는다.
 
하지만 송출수수료에 대한 투자대비 효율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의 지난 2010년 송출수수료는 1027억원으로 2009년보다 33% 이상 올랐지만 매출은 78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이익은 120억원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GS홈쇼핑이나 CJ오쇼핑(035760) 등은 송출수수료 인상률 10%대를 유지하면서도 매출과 이익 증가규모가 엇비슷했다는 점에서 롯데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때부터 롯데는 늘 MSO 인수를 홈쇼핑 경쟁력 향상의 카드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中 부진에 여력없는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에서 제2 롯데 건설을 기치로 수년 전부터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은 기대 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력인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8년 직접 중국 진출 방식을 택했지만 4년째 적자경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할인점 사업도 투자대비 매출 성장속도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관계인 신세계(004170)처럼 중국 시장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결국 최근 중소유통업체 CS유통 등까지 인수하면서 시장 철수보다 추가 투자를 통해 중국 시장에 더 집중키로 결정했다.
 
롯데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 롯데의 부진으로 여타 계열사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 내 사업에 대한 출구전략이 동남아 진출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롯데홈쇼핑을 위한 MSO 인수 여부도 당분간 결론을 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홈쇼핑, 수장 교체..씨앤앰 인수 추진력 상실한 듯
 
이달초 대규모 인사를 통해 롯데홈쇼핑의 공격적인 경영을 이끌었던 신헌 대표가 그룹 주력계열사인 롯데백화점을 맡았다.
 
신 대표는 최근 현대홈쇼핑(057050)이나 CJ오쇼핑이 구사하는 'MSO+복합프로그램공급사업자(MPP)+홈쇼핑' 모델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 대표의 뒤를 이어 롯데닷컴과 롯데홈쇼핑을 동시에 맡은 강현구 사장은 현대홈쇼핑이나 CJ오쇼핑이 추구하는 ‘MSP+홈쇼핑’ 전략보다 온라인 마켓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강 사장은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계열 아이몰 ▲프리미엄 엘롯데 등의 라인업과 롯데마트몰을 보태 작년보다 33% 증가한 2조6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관련 업계는 온라인마켓이 과거 홈쇼핑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카달로그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맞춤 전략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강 사장의 전략은 과거 수립했던 MSO 인수를 통한 홈쇼핑 경쟁력 확보 방식과 전혀 달라 씨앤앰 인수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강 사장의 겸직 발령은 롯데홈쇼핑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에 더 가깝다”며 “롯데의 씨앤앰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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