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키코거래가 국내법과 규정상 '불건전 거래'라고 볼 수 있지만 '위법한 거래'는 아니라는 법원의 '이상한' 결론이 나왔다.
특히 외국환거래법과 금융감독원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불건전한 거래와 위법한 거래로 구분, 키코는 위법한 거래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A기업이 외국계 은행인 B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은 이미 체결된 파생상품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새로운 파생상품거래의 가격에 반영하는 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 이를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금융감독원 역시 기존 파생상품거래를 변경 또는 종료하면서 기존 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을 신규 파생상품거래의 가격에 반영하는 행위를 불건전거래로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판부는 "규정 취지에 비춰 금융기관이 거래의 내용이나 위험의 확대 가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고객에 대해 통화옵션상품의 손실이전거래를 제안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경우는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지난 2007년 8월3일 계약의 청산가치 14만달러를 반영해 매입환율과 매도환율 사이의 범위를 좁히고 계약금액을 증가시킨 해당 통화옵션계약은 손실이전거래로서 규정상 신고대상거래 또는 불건전거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부가 판단한 사실관계와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손실이전거래를 모두 불건전거래라고 하면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으며 거래현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관련 규정은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을 지도, 감독하기 위해 마련한 지침에 불과하다"면서 "A사는 키코 계약 체결 전에 이미 다양한 형태의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옵션상품과 비교한 끝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 같은 점 등을 들어 원고가 키코계약을 체결한 것은 계약의 내용과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스스로 예측한 바에 따른 원고의 선택이므로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아울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B은행이 환헤지의 부적합성, 옵션의 이론가, 수수료 및 제로 코스트 등과 관련해 원고를 기망했거나 원고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A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은행이 A사를 상대로 "A사는 B은행에게 키코 계약기간 중 마지막 달인 2008년 11월의 차액정산금인 7억44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반소에서도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A사는 키코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본소송과 은행측이 제기한 반소에서 모두 패소하게 됐다.
A사는 전형적인 키코 통화옵션과는 달리 환율이 하단환율(매입환율) 밑으로 내려갈 경우에 원고가 피고로부터 2배의 매입 의무를 부담하고, 환율이 상단환율(매도환율)을 넘어설 경우 원고가 2배의 매도 의무를 부담하는 통화옵션계약을 맺었다.
A사는 지난 2007년 8월3일 B은행과 이같은 내용의 옵션계약을 맺었으나 환율이 하락하자 B은행에 계약의 청산 방안과 재구조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B은행은 앞선 계약의 청산가치 14만 달러를 반영해 계약을 재구조화해 A사와 통화옵션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환율은 이후 급등을 거듭해 1100원대에 이르렀고, 이에 A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난 2010년 9월 통화옵션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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