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와 물가사이서 '우물쭈물'..8개월째 금리동결
2012-02-09 17:40:18 2012-02-09 18:55:00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기준금리가 8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동결된 것이다.
 
변화가 있다면 기준금리 동결 배경 요인이 작년까지는 경기둔화 우려였다면 올해는 물가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둔화 우려와 물가 상승이라는 상충되는 모멘텀 사이에서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당분간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벗어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 경기지표는 금리인하에 '무게'
 
최근 발표되는 경기 지표는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뚜렷해진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2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는 19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 생산 지표에서도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3개월째 하락했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금융위기 당시(77.8%) 보다 낮은 77.6%으로 떨어졌다. 내수 사정은 더욱 암울하다. 소매 판매는 지난해 12월 전월대비 0.2% 감소해 두달째 마이너스 상태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이날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국내 성장률이 둔화됐다"며 "해외 불확실성으로 경제성장률은 당분간 하방위험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 이상 한파·유가 불안..물가 부담 '↑'
 
하지만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더욱 어렵다. 물가가 금통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개월 만에 3%대로 낮아졌지만, 전월비 물가상승률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상승 폭도 지난해 11월 0.1%, 12월 0.2%에서 지난달 0.5%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55년 만에 불어닥친 한파로 급등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과 국제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상 한파로 농산물 작황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붉은 고추와 시금치의 도매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39%, 42% ,감귤 값은 무려 86%나 치솟았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중동 불안으로 연초부터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현재 110달러를 웃돌고 있다. 
 
김 총재가 "물가상승률은 기저효과로 다소 낮아지겠지만 중동불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둔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상충되는 두 모멘텀 사이에서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당분간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수준이 낮으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수도 있겠지만 물가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현재로선 금리동결 외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국면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탓에 한은이 딜레마 상태에 빠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민간기관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결정은 선택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시기"라며 "결국 금리인상 적기를 놓쳤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결정을 해도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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