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품시장이 대세 하락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부채위기가 다시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경제에 대해 "하강 위험이 심각하다"고 경고한데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중국의 성장 열기도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최근 금과 은, 구리 등 금속가격과 유가는 날개없이 추락했다.
◇ 상품가격, 9개월래 최저수준..금속·원유 '폭삭'
23일(현지시간) 금속과 에너지, 농산물 등 24개 원자재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상품지수는 1.3% 하락한 599.25로 마감했다. 장중 594.12까지 떨어지면서 9개월만에 최저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32개월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한 지난 4월 이후로는 21% 폭락한 수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01.90달러(5.85%) 급락한 1637.70달러에 마감하면서 28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2월 인도분 은 가격은 온스당 6.477달러(17.71%) 폭락한 30.10달러로 내려앉으면서 3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2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21센트(6.02%) 급락한 3.28달러로 떨어졌다. 이틀간 낙폭은 13%로 2008년 10월 이후 3년만에 최대치다.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66센트(0.82%) 내린 79.85달러로 마감하며 지난달 9일이후 다시 80달러선이 무너졌다. 주간 낙폭은 9.5%로 5월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 세계 상품 수요 둔화.."상품시장, 하강 악순환 접어들었다"
최근 상품가격 급락세에 대해 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가 상품 시장 등 실물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인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각국 정부들이 세계 경기의 침체를 막기 위한 마땅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데다 향후 경기 전망마저 어둡게 제기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2위 광물공급 업체인 리오틴토의 톰 알바니스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광물 원자재 선적을 미루고 있다"며 "이는 새계 경기 둔화를 강력히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달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요에 대한 전망을 장밋빛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로빈 바 크레딧아그리콜 애널리스트는 "상품시장이 하강의 악순환에 접어들었다"며 "악순환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크리스틴 툭센 단스케방크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상품가격이 세계 경제상황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조정 받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그동안 가격이 급등한 귀금속을 처분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거나 현금 확보에 나선 점도 상품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빌 오닐 로직 어드바이저스 상품 애널리스트는 "상품 전반에 걸친 투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철강 등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움직임에 변화가 없는 등 원자재 수요 둔화가 아직 아시아까지는 퍼지지 않았다"는 긍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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