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계열사 몰아주기로 덕을 보기는 커녕 뒤치닥꺼리에 힘만 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계열 증권사들은 자체 수요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는 이른바 '전속시장(captive market)' 효과로 '땅 집고 헤엄치기' 한다는 평을 얻고 있지만, 실상 모기업과 계약 조건이 열악해 실제로는 별다른 실익이 없는 것.
◇ 4천억 매매해도 겨우 '2억'뿐
이번 현대차의 자기주식 처분과 취득은 지난달 26일 통과된 올해 노사간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따라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무상주 35주를 직원들 계좌로 배분하기 위한 것.
처분 금액(전일종가기준 1주당 20만3000원)으로 따지면 4000억원(4018억8722만원)을 넘어선 규모지만 실제 매매에 따른 수수료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장내매수에 적용된 수수료는 대략 2억원 남짓.
보통 법인 영업계약을 통한 매매수수료율이 0.01~0.03% 내외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극히 낮은 0.0005% 수준 밖에 안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나 운용사가 연기금이나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거래에 나서는 경우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거래금액과 계약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0.01% 내외 수준에서 정해진다.
증권사들은 법인 영업 수수료는 보통 일반 개인이 온라인상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거나 모바일 거래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히고 있다.
장내매수처럼 블록으로 매매가 진행되는 경우 수수료율은 이보다 낮은 절반이하 수준으로 줄어든다.
HMC투자증권과 현대차간 법인영업 수수료율은 대략 10bp(0.001%) 내외다.
여기에 장내매수 형식의 블록딜에 대한 협의로 수수료는 5bp(0.0005%)까지 크게 떨어졌다.
◇ 그룹 계열 증권사, 캡티브 마켓에 벗어나야
대기업 그룹 계열 증권사의 모기업 수수료가 이처럼 낮은 것은 계열사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고 그룹간 업무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서의 계열 증권사의 활용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법인 영업 담당자는 "이전
삼성증권(016360)도 수조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장내매수 하는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수준의 협의 수수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그룹 계열 증권사 입장에선 그룹사 관련 업무에 대한 수수료는 거의 없는 포기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생명의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내놨을 때 위탁매매를 담당했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수수료 계약은 다른 법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룹의 위탁매매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의 법인영업 팀장은 "그룹 차원에서 업무를 진행하다보면 실제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성과에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며 "계약상 문제는 없지만 자칫 일반 법인영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캡티브 마켓에서 생성된 증권사가 가진 한계"라며 "이들 계열 증권사는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순 있지만 결국 내부시장만으로의 수익의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에 스스로의 자립도 확보를 위해 캡티브 마켓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좀 더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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