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低소득에 서민들 '아파도 그냥 참는다'
2분기 가계 의료비 지출 6.2% 감소..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2011-09-02 08:00:00 2011-09-02 18:54:35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고물가가 계속되고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민생이 악화되자 가계들이 의료비 지출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는 가계가 줄일 수 있는 사실상 최후의 항목이라는 점에서 의료비 지출 감소는 가계 재정상태가 극한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거 의료비 관련 지출이 줄어든 사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후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였다.
 
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보건비 지출은 14만8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2% 감소했다.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 의류, 주거·수도·광열, 가정용품, 교통, 통신, 오락문화 등에  대한 지출은 늘었으나 보건, 주류·담배, 교육비 등에 대한 지출은 줄었다.   
 
지출이 감소한 항목 가운데서도 보건비 지출의 감소폭(6.2%)은 주류·담배 지출(3.1% 감소), 교육비 지출(2.7% 감소)보다 훨씬 컸다. 
 
보건비 지출은 2007년 이후 2008년 2분기를 제외하고 매 분기 증가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2분기에는 무려 13.1%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10.9% 늘었다가 2분기에 크게 감소한 것이다.   
  
또 지난달 31일 발표된 7월 산업동향에서도 보건·사회복지 부문 산업 생산은 병원과 의원의 진료비 청구 건수 감소로 1.5% 감소했다.
 
강종환 통계청 서비스업 동향과장은 “진료비 청구가 매달 또는 매분기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2분기에 청구감소가 준 것이 2분기 산업동향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2분기 의료비(보건분야) 지출이 감소한 것에 관해서도 "그동안 보건비 지출 증가가 이어져 왔으므로 이번 2분기는 이전의 기저효과로 지출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가계의 보건비 지출이 줄고 보건산업 동향도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생활고가 커지면서 그만큼 병원이용이나 보건 관련 지출을 이전보다 자제한 것으로 판단된다.
 
홍성수 대한 이비인후과 개원 의사회 회장은 “최근 환자수가 급격히 적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숙희 서울 관악구 의사회 회장은 “물가가 높다 보니 의료비 절약을 위해 급하지 않으면 병원에 안가는 경향이 있다”며 “예방접종, 감기, 건강검진, 치과진료 등은 미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가계재정이 어려워지면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은 큰 병원을 찾지만 가볍게 생각하는 감기 등을 위해 동네병원을 찾는 횟수는 준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비 추이를 살펴보면, 9월부터 11월까지 급여비가 감소했다.
 
총급여비는 2008년에 ▲ 9월 2조2659억1055만원 ▲ 10월 2조2166억5496만원 ▲ 11월 2조1320억5974만원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12월에는 방학수요로 인해 급여비가 다시 증가했다.
 
한편, 2009년 총급여비는 ▲ 9월 2조4218억8851만원 ▲ 10월 2조5456억4749만원 ▲ 11월 2조5830억0852만원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 당시에도  병원이용률이 줄어드는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권영대 가톨릭의대 교수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은 경기에 크게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병·의원 같은 1차 의료기관은 경기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예방의학회지에 지난 2001년 실린 'IMF 경제위기 전·후 지역의료보험가입자들의 진료비 청구내용의 변화' 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97년 IMF 당시, 1997년 1~6월과 1998년 1월~6월의 지역의료보험 가입자 의료 이용을 비교했을 때 외래 청구 건수가 경기침체 후 이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원의 감소폭이 가장 크게 집계됐다.
 
IMF 이전과 이후의 외래 청구 건수를 비교했을 때  의원이 10.2% 감소했고,  병원과 종합병원 각각 4.5%, 3.3% 줄었다.
 
뉴스토마토 손지연 기자 tomatosj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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