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친구에서 적으로…국내업계 파장은?
국내 스마트폰업체, 자체 OS 확보 여부따라 '승패' 갈릴듯
2011-08-17 08:55:19 2011-08-17 08:55:54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글로벌 '인터넷 공룡' 구글이 왕년의 휴대폰 챔피언 모토로라를 집어 삼켰다.
 
업계에선 기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더해 하드웨어 기술력까지 겸비하게 된 구글의 노림수에 대해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은 구글의 전략이 애플 iOS 진영의 특허공세에 대한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구글이 통신·모바일 분야에서만 1만7000개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를 인수함으로써 대(對) 애플 전선에 합류, 삼성전자(005930) 등 안드로이드 진영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전자(066570) 측에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결정에 환영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보이지만, 겉으로 웃는 만큼 속도 편할지 의문이다.
 
중장기적으로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분야로 눈을 돌리며 애플의 뒤를 이으려 한다면, 그야말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셈이기 때문.
 
구글이 새로운 OS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선보이는 시제품(레퍼런스폰)의 경우, 그간 번갈아 생산을 담당해온 삼성과 HTC 대신 모토로라가 전담해 제조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반이 약해 안드로이드 OS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삼성과 LG로서는 구글의 예고된 '변심'을 바라만 볼 뿐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 의존도를 줄이려는 자구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껏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의 전략이 반(反) 애플 전선 구도에 집약돼 있었다면, 이제부턴 아군도 적군도 없는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OS 기반의 유무에 따라 스마트폰 업체 간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체 개발 OS '바다(bada)'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른 협력업체들보다 유리한 입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바다의 세계 OS시장 점유율은 1.9%로 안드로이드(43.4%)와 iOS(18.2%) 대비 미약한 수준이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7의 점유율(1.6%)을 앞지르는 성과도 있었다.
 
또한 삼성은 현재껏 안드로이드 진영 내에서 구글과 가장 공고한 파트너십을 자랑한 협력사다.
 
모토로라의 신규 스마트폰 라인업 구축에 적어도 6개월~1년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상대의 눈치를 봐야하는 쪽은 삼성이 아닌 구글이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6일 "구글로서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최대 고객인 삼성을 배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드로이드 시장 내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구글의 전략인 만큼, 삼성에 대한 배려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소프트웨어 기반이 없는 LG전자다.
 
안드로이드와 iOS 외에도 노키아의 심비안,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등 총 6개 OS 플랫폼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기도 버겁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OS 기반을 지금 구축하기엔 다소 늦은감이 있다"며 "그렇다고 기존처럼 안드로이드 OS에 올인하기도 어려운 환경이 돼버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LG전자로서는 하드웨어 시장을 더욱 파고드는 것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스마트폰 제조 기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안드로이드 진영 내 톱3(삼성전자, HTC, 모토로라)에 진입하는 게 급선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하반기 첫 전략 스마트폰인 옵티머스3D가 출시 한달만에 12만대 팔리는 등 뒤늦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LG전자는 다음달부터 전략폰과 프라다폰을 포함, 프리미엄에서 중저가까지 다양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하드웨어 경쟁력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지난달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간신히 점유율 20%대를 회복한 LG전자가 안드로이드 진영내 지위를 얼마나 격상시킬 수 있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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