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지현기자]"세계 경제는 더블딥(이중침체)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현재 세계 경제에 대해 이처럼 진단했다.
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어 지난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킴에 따라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S&P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대표적인 '무위험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채의 신용도에 금이 갔다.
루비니 교수는 "상반기에는 세계경제 둔화를 회복기의 일시적인 침체로 낙관했다"며 "환상은 사라졌다"고 밝혔다.
◇ 亞 수출국 중심으로 '위기'
미국 발 악재는 우선 아시아국 가운데 수출국 중심으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 칼로우 웨스트팩 뱅킹의 통화 투자전략가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악재"라고 진단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수출 둔화에 따라 성장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8일 아시아 증시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도쿄 증시와 중국 상하이 증시는 각각 2%, 3%대 하락 마감했다. 대만증시도 4%대로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5% 가량 폭락하면서 오후 들어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하기도 했다.
또한 달러 가치 하락도 부담 요소다.
미국 국채 보유 1,2위국인 중국과 일본 이외에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고 가운데 달러 비중이 높다. 외환시장에서 자국 화폐 가치의 변동성을 막기 위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달러 가치 하락은 곧 정부의 보유 자산도 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3조2000억 달러 외환보유액 중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은 최대 70%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리지에 중국 중앙재경대학 교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차지하는 달러의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경제적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부적으로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1조1598억 달러. 일본은 보유 외환 1조1000억달러 중 8000억달러를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체 외환보유액 3044억8000만달러 가운데 미 국채는 약 63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 재정위기 겪고 있는 유럽..佛 신용등급 강등 '위기'
한편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럽 국가들도 비상사태다.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6일 밤 전화 통화를 갖고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은 긴급회의를 갖고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조치와 함께 필요하다면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공조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급등하는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강등 대상으로 프랑스가 지목됐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채권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비용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국가보다 더 높다며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CDS 비용은 미국의 3배 가까이 돼 AAA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이다.
뉴스토마토 안지현 기자 sand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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