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비리혐의 제일저축銀 뱅크런.."불안하니 돈빼가지"
2011-05-04 15:49:44 2011-05-04 18:22:52
[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4일 오후 1시 무렵 제일저축은행(024100) 서울 장충동점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은행 외부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구를 주시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일저축은행 관계자들의 심한 저지로 촬영취재를 거부당했다.
 
제일저축은행 관계자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보도해서 고객들을 동요시키지 말라"며 "서민 금융을 언론에서 다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비리 혐의로 도마에 오른 제일저축은행의 예금 인출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예금 인출자가 몰려서인지 은행에서는 대기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오늘 대기표를 받은 한 고객은 오는 12일에야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일저축은행 유모 전무이사가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공모씨로부터 마카오 여행경비, 도박자금 등 1억81000만원의 금품을 받고 600억원대 불법대출 혐의로 검찰과 금융감독원에 덜미를 잡혔다. 
 
이러한 금감원의 발표가 나간 지난 3일 하루만에 평소 4배인 56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4일에는 오전 11시까지 총 280억원 규모의 예금이 인출됐다.  
 
7개 저축은행 부실과 부산저축은행 도덕적 해이 문제로 불안하던 차에 대출비리 소식은 고객들의 예금인출 사태를 부추겼다.
 
이날 오후 1시30분 가량 은행 앞에는 더 많은 고객들이 몰렸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객들은 관계자의 손짓에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은행 내부는 긴 행렬로 들어찬 모습이었다. 이는 예금 인출을 위한 번호표를 받는 줄이었다. 
 
은행에서 나온 노 부부는 맥없는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는 4일 오전에 나온 저축은행 예금 인출기사를 읽고 있었고 할머니는 번호표를 만지며 힘없이 말했다. 
 
"오늘 와서 대기 번호표밖에 받지 못했는데 돈을 인출하려면 12일에 다시 오라더라"며 "아무래도 문제가 있으면 불안하니까 예금을 인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저축은행은 4일 오전 "지난 4월 퇴임한 유모 당시 전무이사가 금품을 수수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 대출은 여신처리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취급된 대출로 대부분 연체 없이 거래되고 있다"며 "이용준 행장은 이에 연루된 사실이 없고 검찰수사가 진행된다면 이에 대하여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지난해 12월 기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28%, 고정이하여신비율 6.1%, 반기순이익 67억원을 실현했다고 유동성 또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도 "제일저축은행 BIS비율은 3년간 8% 수준 이상을 계속 유지했고 당기순이익도 최근 5년간 흑자를 유지했다"며 "전국 저축은행 중 최고 수준의 자체 유동성을 보유할뿐만 아니라 중앙회에서도 필요한 경우 총 3조원의 보유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시 현재 약 700억원의 예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제보다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제일저축은행은 아직 저축은행중앙회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다.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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