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4일 정유업계의 기름값 인하 결정을 놓고 관치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름값이 인하되면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이 되겠지만, 이번 기름값 인하결정 과정이 정부의 강한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불만이 가득하다.
또 경제 전문가들은 SK에너지의 기름값 인하결정이 '경제논리로 설명이 안되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업계가 스스로 국내 석유가격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 적이 없고, 정부의 이른바 '석유가격 TF'가 업계의 가격결정의 '비대칭성'을 명쾌하게 입증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기 때문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정유업계가 솔직히 말하지는 못해도, 이번 가격 인하가 정부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여진다"는 반응이다. 한 주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수익구조에 대해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으나, 하루 아침에 리터당 100원 인하는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정유사들이 한번에 리터당 100원을 내릴 만한 여지가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기름값이 올랐는 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SK에너지 측은 이날 석유값 인하 결정과 관련해 "기름값 인하 시점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었지만 TF결과발표일과는 상관없다"며 "내부 의사결정을 따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유사 1위기업인 SK에너지가 기름값 인하를 발표하면서 그외 정유3사도 가격인하를 할 방침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등 모피아 출신들이 과거 '관치경제'를 해오던 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잘라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 물가정책 라인은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전통을 이어받은 인물들이 주도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 모두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들이다.
'관치 수준도 안되는 유치한 관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는 "금리, 환율 정책도 넓은 의미의 관치"라며 "물가를 잡기 위해서 줄기를 잡는 제대로된 관치를 해야하는데, '한탕주의 이벤트성 관치'에 골몰하고 있는 형편이다"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이어 "현 정부는 자본주의체제에 맞는 정상적인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말로는 물가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하면서도 성장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정치 홍보용 관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에너지는 오는 7일 0시를 기점으로 전국 SK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 인하하며 이같은 조치를 3개월(7월6일까지)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소비자 단체들은 환영하면서도 100원이라는 '통큰 인하'를 하면서 그동안 인하결정을 못한 까닭이 무엇이냐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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