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우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중개업소 전셋값 담합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온지 사흘째인 18일 서울 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셔터를 내렸다.
대치동에서 문을 연 부동산중개업소를 어렵사리 찾았더니 대뜸 기자에게 "강남이 전세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매스컴이 계속 떠들어서 더 오른다"며 언론의 취재를 피했다.
강남은 이번 전세대란의 진원지로 꼽힌다. 실제로 강남권 전세값 상승은 타지역의 배를 넘는다. 서울 강남권의 잠실·반포·도곡·대치 일대 전세값은 2년전에 비해 평균 1억원 이상 올라 있었다.
반포 자이 아파트(84㎡)에 사는 이수현씨(여.32)는 오는 7월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결혼 2년차 맞벌이 부부인 그녀는 2009년 7월 3억2000만원에 전세를 계약했는데 1년7개월만에 5억원으로 올랐다.
상대적으로 싸다는 저층(2층)인데도 무려 1억80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적지않은 이사비용과 남편과 자신의 직장을 고려해서 최대한 이사를 안가려고 하지만 집주인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씨는 "잠원동 한신아파트에 사는 친구는 계약기간이 3월에 끝나는데 주인이 오른 2억원의 금액만큼 월세로 달라고 한다더라"며 "우리 주인도 월세로 달라고 할 것 같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 지역 전세값은 타지역보다 월등하게 많이 올랐다.
부동산 일번지에 따르면 도곡동 삼성 래미안 112㎡는 지난해 10월 4억8000만원에서 지금은 5억5000만원을 줘야 전세를 구할 수 있다. 10억원 안팎인 매매값에 비하면 전세값이 매매값의 55%선을 넘었다. 2년전보다는 1억 가까이 오른 셈이다.
잠실 리센츠 109㎡도 2년전 3억5000만원이던 전세가 4억8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서초 삼성래미안 105㎡는 3억3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강남 새 아파트의 전세값이 뛰면서 전세와 월세를 함께 받는 반전세가 대세다. 월세 시세가 보통 0.7%인데 반해 10%로 월세를 받는 곳도 적지 않아 문제다.
대치동 청실부동산 우태희 대표는 "선경아파트 102㎡의 전세값이 5억5000인데 3억만 전세로 내고 차액 2억5000에 해당하는 180만원은 월세로 내는 집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5억짜리 전세를 2억만 받고 300만원을 월세로 요구하는 주인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신학기 학교 배정 때문에 정신없는 1월에 특히 이런 사례가 많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0.7%~10%의 월세를 내느니 0.6% 이하의 전세금 대출을 이용해 월세를 안받는 좀 더 비싼 전세집을 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부동산 중소업자들은 전했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던 시절은 지난날의 추억이 됐다. 전세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하는 '신풍속'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강남권의 심각한 전세난에는 강남권의 `학군 수요`가 큰 영향을 미친다.
지은지 30년이 지난 은마아파트 102㎡전세를 구하던 하모씨(46)는 고2와 중3인 아이들 교육때문에 대치동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다음달이면 2년째인데 2년만에 전세금이 1억2000만원이나 올랐다.
시세를 고려해 5~6000만원은 더 올려줄 생각이 있지만 그 돈으로도 강남학군에서 가장 전세가 싸다는 은마아파트는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하씨는 "아이들 학교 때문에 그대로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도곡동 삼성래미안 부동산 김미화 실장은 "아파트가 아니라 낡은 빌라도 이 동네는 전세계약 수요가 적지 않다. 대부분이 아이들 학교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울며겨자먹기로 온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2.11 전세대책의 핵심인 `전세지원금리 4% 인하`가 오른 전세값을 감당하기 위한 미봉책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싼 지역에 살려는 사람들의 대출을 늘려 다른 지역 거주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전세값이 너무 올라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는 건 막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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