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경영을 찾아서)베르고트의 죽음과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IP와 창의적 자산의 영속성[전략]
31/관계의 총체성으로 쓰는 프루스트의 비즈니스 서사
2026-10-19 14:19:15 ㅣ 2026-10-19 16:11:10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작가 베르고트는 병마에 짓눌린 쇠약한 육체를 이끌고 회화전에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생명이 풍전등화처럼 흔들리던 그 순간,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명작 〈델프트 풍경〉이었다. 그림의 구석에 자리한 작은 노란 벽면을 응시하던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거대한 충격과 예술적 참회에 사로잡혀 "이렇게 썼어야 했어"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 노란 벽면처럼 자신의 문장 그 자체를 귀중하게 만들었어야 했다는 갑작스런 반성이었다. 그 직후, 그는 쓰러져 삶을 마감한다.
 
베르고트는 정작 반성 속에 죽었지만, 화자는 대작의 초반부터 자신이 존경을 바친 작가의 비극적 최후를 전하는 순간 그의 문학의 위대함을 다시 상찬한다. 작가의 육체는 대지의 티끌로 돌아갔지만, 그가 온 생애를 바쳐 빚어낸 예술적 자산은 세상에 남아 영원한 부활과 자가 증식하는 생명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의 죽음과 창작물의 영속성이라는 이 대비는 기업 경영에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모델을 떠올리게 된다. 예술과 자본의 경계선 위에 걸친 지식재산권은 때로는 세상을 구원하는 위대한 유산이지만, 때로는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자 독점의 성채로 변질되기도 한다.
 
지식재산권(IP)은 창의적 성과를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보호와 독점·개방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는 기업의 핵심 전략자산이다. (이미지=챗GPT)
 
모방 불가능한 자원
 
기업 경영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는 기업의 태동과 영광을 이끌었던 창업자나 핵심 크리에이터가 은퇴하거나 유고하는 순간에 집중된다. 많은 기업이 탁월한 창업자의 직관, 비범한 카리스마, 그리고 그의 개인적 헌신에 의존하여 눈부신 성장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가 유한하기에, 창업자의 통찰이 조직의 구조나 시스템으로 전환되지 못한 조직은 창업자의 퇴장과 함께 급격한 엔트로피 증가를 겪으며 와해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결국 모방 불가능한 독점적 자원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경영전략 분야 대표적 학자인 제이 바니의 VRIO(Value, Rarity, Inimitability, Organization) 프레임워크에 비추어 볼 때 창업자의 경험과 판단은 기업의 중요한 자원이지만, 특정 개인에게 지나치게 집중되면 승계 과정에서 손실될 위험이 커진다. 조직은 이것을 공동 작업과 교육, 기록,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전승하고, 법적 보호가 적합한 성과에는 지식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치열한 혁신의 비전이 사후에 흔들리지 않고 거대한 생태계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남긴 직관이 단순한 개인의 예술적 영감을 넘어 엄밀한 디자인 및 공급망 등 구조적 자산으로 성취되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루스트가 창조한 베르고트의 사례가 시사하듯, 기업이 시간의 풍파를 견디며 존속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통찰은 육체적·정신적 노동이라는 소비되는 투입량에서 독립적으로 가치를 생산하고 증식하는 창의적 자산 곧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IP 비즈니스 모델의 경제학
 
현대 지식 기반 자본주의와 플랫폼 경제에서 지식재산권은 단순한 법적 보호 장치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궁극의 해자로 기능한다. 특허, 상표권, 저작권, 고유의 캐릭터 및 브랜드 프랜차이즈는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월트 디즈니의 사례는 IP 비즈니스 모델의 위력을 증명하는 전형이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그와 어브 아이웍스가 함께 탄생시킨 미키 마우스와 무수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세대를 거듭하며 전 세계 소비자의 정서적 기제를 지배하고 있다. 영화, 테마파크, 굿즈, 스트리밍 플랫폼, 그리고 글로벌 특허로 이어지는 디즈니의 IP 생태계는 원천 자산 하나가 어떻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속적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경제학적으로 우수한 IP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한계비용이 때로 거의 제로에 수렴하면서도, 진입장벽을 공고히 한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나 내러티브에 정서적으로 락인(Lock-in)하는 순간, 그 IP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문화적 기호이자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군림하게 된다. 닌텐도의 마리오, 그리고 닌텐도·게임프리크·크리처스가 함께 발전시킨 포켓몬 역시 하드웨어 세대의 교체를 뛰어넘어 소프트웨어 IP 그 자체로 수십 년 존속한 전형적인 자산 증식의 모델이다. 하드웨어가 낡아 부서질지라도, 그 안의 캐릭터와 세계관은 살아남아 새로운 플랫폼으로 증식한다.
 
형식지와 시스템의 연금술
 
그러나 모든 기업이 성공적인 IP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히트 상품을 시장에 내놓고도 그것을 구조적 IP 자산으로 정착하는 데 실패한다. 여기에는 개인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고, 이것을 표준화한 권리 및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조직적 역량이 필요하다.
 
지식 경영의 대가 노나카 이쿠지로의 SECI 모델(사회화-표출화-연결화-내면화)이 강조하듯, 개인의 머릿속에 갇힌 암묵지는 조직 전체의 순환 고리를 거쳐 제도적 자산으로 변모해야만 한다. 창업자가 없어도 그의 정신을 담은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개발(R&D), 온전히 보존되는 브랜드 유산, 데이터와 내러티브가 결합된 프랜차이즈 구조가 갖춰질 때 기업은 창업자 의존 체제에서 IP 중심 체제로 체질을 전환할 수 있다.
 
독점적 자산은 우연히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리더의 탁월함을 조직의 구조적 요인으로 각인하는 지난한 체계화의 산물이다. 프루스트의 소설 속에서 베르고트가 자신의 문체를 정제하여 세상에 빛나는 유산으로 남겼듯, 기업 역시 창업자의 천재성을 매뉴얼과 데이터, 그리고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로 변환할 때 비로소 자산화한다.
 
지식재산권의 어두운 그림자: '특허 요새'의 함정
 
그러나 지식재산권 제도를 논할 때 우리는 반드시 그 이면에 도사린 어두운 측면을 직시해야 한다. 근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IP는 창의적 노동의 결실을 보호하고 혁신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설계되었으나, 오늘날 거대 자본과 결합한 IP는 본래의 취지를 이탈하여 시장을 독점하고 후발 주자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거대한 통행세의 장벽으로 변질되곤 한다.
 
대표적인 영역이 제약·바이오 산업이다.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초기 투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부여된 특허권은, 때로 인류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보편적 가치보다 기업의 단기적 이윤 극대화와 주가 방어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일부 제약사는 제형·용도·투여 방식 등에 관한 후속 특허를 추가로 확보해 제품의 시장 보호 기간을 늘리거나 제네릭의 진입을 지연시키려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치료상 이익에 비해 경쟁 제한 효과가 과도한 특허 전략은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생사의 기로에 선 개발도상국 환자들이 필수 의약품에 접근하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며, IP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거대한 자본의 성채를 쌓는 무기로 전락한다.
 
소프트웨어와 하이테크 산업에서도 특허 트롤 문제가 거론된다. 비제조 특허 관리 기업을 뜻하는 NPE(Non-Practicing Entity)는 대학, 연구기관까지 포함해 중립적인 표현이지만 무분별한 특허 무기화로 이익 실현에 혈안이 된 특허 트롤로 불리는 NPE는 지탄의 대상이 된다. 실질적인 제품 생산이나 R&D 투자 없이 오직 소송과 특허권 행사만을 통해 막대한 로열티를 갈취하는 구조는 시장의 역동성을 짓밟고, 혁신가들을 질식시킨다. 지식재산권이 소통과 공유의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배타적 소유욕의 감옥이 될 때, 그것은 프루스트의 화자가 연인 알베르틴을 방 안에 가두고 소유하려다 결국 관계를 파멸로 몰고 간 병적 질투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
 
'오픈 IP'의 허와 실
 
그렇다면 기업은 반드시 배타적 독점과 높은 진입장벽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는가? 최근 경영 전략의 최전선에서는 지식재산권을 개방하여 생태계를 확장하는 이른바 '오픈 IP' 전략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업이 특허를 무료로 풀거나 개방할 때, 그것을 순수한 인류애적 공헌으로 보기 힘들 때도 있다. 그것은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적 위선이자 이면에 야욕을 숨긴 패권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시험대가 바로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특허 공개 선언이다. 2014년 6월12일, 머스크는 「All Our Patent Are Belong To You(우리의 모든 특허는 당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선의로 테슬라의 기술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기술의 활용을 넓혀 지속 가능한 교통으로 전환을 앞당기겠다는 취지였다. 전기차 산업 전체의 성장과 테슬라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구상이 이 선언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개방에는 테슬라가 정한 '선의(good faith)' 조건이 붙어 있다. 현재 공개된 특허 서약(Patent Pledge)은 테슬라에 대한 지식재산권 행사, 전기차 기술과 관련한 제3자 상대 특허권 행사, 테슬라 특허에 대한 이의 제기 등을 그 조건에 어긋나는 행위로 규정한다. 특허는 여전히 테슬라가 보유하며, 조건이 충족되는 동안 권리 행사를 유보한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 확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자신을 향한 법적 공격도 억제하는 전략으로 읽을 수 있다. 개방의 문을 넓히면서도, 그 문을 통과할 조건은 스스로 정한 셈이다.
 
충전 인프라 영역에서는 2022년 11월 별도의 규격 개방이 이루어졌다. 테슬라는 자사의 충전 커넥터 설계를 공개하고 이를 NACS로 명명하면서, 자동차 회사와 충전망 사업자들에게 채택을 제안했다. 2023년에는 포드와 GM이 NACS 채택과 테슬라 슈퍼차저 이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 운전자들까지 테슬라 충전망의 고객으로 연결하는 사업적 기회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충전 규격의 확산과 충전망의 개방은 테슬라가 인프라의 활용도와 시장의 영향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NACS의 채택이 곧 테슬라 충전망에 대한 배타적 종속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규격은 SAE J3400으로 표준화했으며, 다른 제조사와 충전 사업자도 이를 구현할 수 있다. 공통 규격은 이용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충전망 사이의 장벽을 낮추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규격의 개방이 인프라 소유자의 경제적 권력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충전망의 접근 조건과 가격을 누가 결정하는지,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있는지에 따라 개방의 효과는 달라진다.
 
의약품 분야의 특허 풀(Medicines Patent Pool)이나 오픈소스 진영의 움직임에서도 일부 불온한 의도가 목격되기도 한다. 진정성 있는 사회적 기여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독점 규제 기관의 감시를 피하고, 사후적인 독점 소송 리스크를 방어하며, 글로벌 플랫폼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똬리를 틀기도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식재산권의 개방은 이타주의의 발현이라기보다는, 배타적 소유의 성채를 허물어 더 넓고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고도화한 통치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IP 보호와 목적 중심 경영의 융합
 
강력하고도 지속 가능한 IP 자산은 철저한 법적 보호와 목적 중심 경영 철학과 합체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환경에서 지식재산권은 소유권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쉽다.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으로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권리를 방어하지 못하면, 기업이 공들여 쌓은 창의적 자산은 순식간에 모방품과 불법 유통의 홍수 속에 잠식되고 만다.
 
성공적인 글로벌 IP 기업들은 각국의 법적 규제와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한 다중 방어막을 구축하되, 동시에 그 IP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관한 철학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원천 IP를 중심으로 한 상표 등록과 특허 포트폴리오의 선점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방패이지만, 그 방패를 어떻게 세상과 나누고 인류의 편익을 위해 기여할 것인가 하는 비전은 기업을 존경받는 조직으로 이끄는 나침반이다.
 
[안치용의 Critique: 영원한 책들처럼, 시스템으로 부활하고 공유되는 기업의 영혼]
 
베르고트는 자신의 삶이 화려하지 못했거나 충분히 완성되지 못했다고 한탄하며 미술관 소파 아래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가 남긴 책들은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찬란하게 부활했다. 작가의 책이 특정 개인의 금고 속에 갇혀 감금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독자의 손을 거치며 영원한 생명력을 얻듯, 기업의 지식재산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테슬라의 '오픈 특허' 이면에 숨겨진 냉혹한 표준 전쟁의 본질이 시사하듯, 기업이 외치는 '공유와 개방'은 종종 더 거대한 플랫폼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위장술일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성취는 리더의 부재 속에서도, 그리고 배타적 독점의 유혹이나 세련된 위선의 기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것은 고객과 사회의 진정한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 가치를 증식하는 지식재산권과 창의적 자산의 영속성에서 온다.
 
그것은 시장을 기만하는 화려한 위선의 철옹성인가, 아니면 인류의 진보를 잇는 정직하고 아름다운 다리인가. 작가가 떠난 자리에서도 빛나는 책들처럼, 위대한 기업가는 자신의 기업이 세상에 영원한 생명력과 진정한 상생의 영혼을 남기기를 바라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질문은 생존에 급급한 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안치용 ESG비즈니스리뷰 발행인 겸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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