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정부가 수도권 1극 체제를 ‘5극3특(5대 광역권·3대 특별자치도)’으로 재편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의 기능별 집적화를 추진하면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과 산업을 지방 거점에 모으는 것만으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거점 경쟁력을 높이고 주변 지역과 연결하는 공간 전략부터 예산 배분, 지방정부 자율성, 성과평가 체계까지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줄줄이 이전…자생적 성장 구조 한계
13일 정우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을 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올해 7월 기준 51.1%에 이릅니다. 즉,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0명 중 약 51.1명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뜻입니다. 비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도 2015년 수도권에 역전된 뒤 하락해 2024년 47.2%를 기록했습니다. 사람, 경제력이 수도권에 쏠리는 구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방에 기관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 간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9월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7.5%가 기존 균형발전정책이 지역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정책 효과성에 대해서는 80%가 ‘보통’이라고 답했습니다.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 세종시 조성 등 가시적인 성과를 꼽으면서도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격차 축소라는 근본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유보적’ 평가를 내놓은 셈입니다.
기존 정책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수도권 집중·지방 소멸 가속화’와 ‘지역 간 자원·역량 격차 고착화’가 각각 55.0%로 공동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인재 유출로 지역 혁신 역량이 약화한다’는 응답은 42.5%, ‘지방재정 자립도 저하’와 ‘중앙정부 의존 심화’는 32.5%였습니다.
정책을 통해 거점을 조성했지만 인구와 기업,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자생적 성장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진단입니다.
13일 정우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을 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올해 7월 기준 51.1%에 달했다. (출처=정우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5극3특 성패는 '자생력'
이런 문제의식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올해 균형성장영향평가 도입, 초광역특별계정 신설, 초광역협력사업 지원 체계 강화 등을 담은 지방분권균형발전법 개정안 의결과 2차 지방 이전 추진 후속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거점을 어디에 조성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 거점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주변 지역과 어떻게 성장 효과를 나누며 예산과 행정은 어떤 원칙으로 운영할 것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정 연구위원의 문제 제기입니다.
‘5극3특’이라는 공간 전략이 지역의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정책 작동 방식도 함께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어 균형발전이 모든 지역에 비슷한 규모의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문가 조사에서 ‘균형’의 의미와 가장 가까운 가치로는 ‘형평성’이 82.5%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균형발전정책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로는 ‘지속가능성’이 67.5%로 형평성(57.5%)을 앞섰습니다.
기존 균등 배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인구 감소 시대에도 지역이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지난 12일 취임한 박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도 5극3특 균형성장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역이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려면 권한과 재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균형발전의 성패가 거점도시를 얼마나 키웠는지 뿐 아니라 그 성장이 주변 지역의 일자리와 소득, 생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졌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지방시대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한·재정 바꾸고 지역 주도 성장 뒷받침"
정 연구위원은 “공간 측면에서는 신규 거점을 조성하는 데 중심을 두기보다 기존 거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비수도권 거점 역시 대도시를 중점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초광역권·대도시권·중소도시권·생활권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거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 예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지원제도를 통합·조정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낙후도 역시 삶의 질, 서비스 접근성, 인구 활력을 포괄하는 복합 지표로 평가하고, 개선 실적과 연계해 재원을 차등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과 일자리 측면에서는 “일자리는 양보다 질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기회발전특구와 연계한 지역 혁신기업의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청년의 정착 기반도 함께 조성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행정·재정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단년도 보조금 방식에서 벗어나 초광역특별협약에 기초한 다년도 패키지 예산, 즉 포괄보조금(Block Grant)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지방정부가 지역 여건에 맞춰 사업을 설계하고 성과 평가도 청년정착률, 정주여건지수, 생활만족도 등 주민 삶의 질을 반영하는 지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실천 전략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5극3특과 균형성장, 초광역특별협약 간 정책적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협약형 거버넌스를 활성화하고 메가특구·도심융합특구·기회발전특구 등 다양한 특구 정책을 일자리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정부는 금융위원회 등 수도권 소재 44곳 중앙행정기관 이전을 내년부터 본격화합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26년 6월17일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특별자치도) 산업현장 점검 일환으로 경북 LG 이노텍 구미공장을 방문, '기업혁신 지원 민관협의체 5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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