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혁 외치더니…금융당국, 수협은행장 인선 혼란 뒷짐
금융위 현직 관료 도전에 인선 파행
이억원 "법 저촉 안 돼"…금감원도 사후 감독에 무게
2026-10-13 15:18:43 ㅣ 2026-10-13 15:52:57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주문하면서도 현직 금융 관료가 참여한 수협은행장 인선 논란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사에는 엄격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정작 당국 인사가 관련된 인선에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수협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원론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달 22일과 이달 6일 두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차기 행장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신학기 현 행장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최종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신 행장의 임기는 오는 다음 달 17일 만료됩니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회의를 다시 열 예정인데요.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인선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두 차례 회의에서 신 행장은 3표, 이 원장은 2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추위는 재정경제부와 금융위, 해양수산부 추천 위원 각 1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됩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되려면 4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두 후보 모두 이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수협은행 인선 논란은 현직 금융위 관료가 공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은행장 공모에 참여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금융사를 감독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의 고위공직자가 피감독 금융사의 경영진 인선에 참여한 만큼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인선 과정에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국정감사에서도 현직 금융 관료의 은행장 도전에 대한 적절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의 수협은행장 지원과 관련해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원장이 제출한 사표도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위원장은 금융위의 인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금감원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협은행장 인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행장 선임 과정에서 지배구조 관련 법규나 모범 관행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등을 사후적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이 그동안 은행권에 지배구조 개선 원칙을 강조해 온 반면 이번 인선 논란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23일 은행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자회사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이 원장은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에 매몰됨 없이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CEO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과 평가, 관련 기록까지 승계 절차 전반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금융위도 올해 1월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면서 CEO 선임 과정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위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상태입니다.
 
현직 금융위 고위 관료가 참여한 수협은행장 인선이 두 차례 무산된 데다 정부 추천 위원들의 표심까지 엇갈리는 상황에서 당국이 절차적 적법성과 사후 감독에 무게를 두고 있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경영진 선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온 금융당국이 정작 자신들의 조직 출신 인사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같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당국의 지배구조 개혁 의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당국과 이해관계가 얽힌 인선에도 일관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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