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27년 만에 개편되는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가 시행 석 달을 앞두고 벌써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은 고난이도 검사 가산 및 프로세스 개선 보상 등 ‘조건부 보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의 골자는 △위탁 검사 관리료 폐지 △위·수탁기관별 수가 신설 △분리 청구·분리 지급 전환 △검사료 내 위·수탁기관 간 배분 비율 설정 등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상대가치 상시 조정으로 검체 검사의 원가 대비 보상 수준을 조정한다는 방침. 올해 하반기 150%를 시작으로, 오는 2028년 110%까지 조정될 예정입니다. 쟁점은 고정 배분 비율 45%와는 별개로 이뤄지는 20%의 조건부 보상입니다. 문제가 된 조건부 보상의 경우, △고난도·저빈도 검사 수행 △취약지 검사 수행 △수탁 프로세스 개선 등에 따라 이뤄지게 됩니다.
복지부는 현재 수탁 업계와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쟁점은 고난이도 검사 가산과 프로세스 개선 보상을 두고 대립하는 모양새입니다. 진단검사에 한해 조건부 보상률 20% 구성은 △고난이도 3.3% △취약지 1.7% △프로세스 15% 등으로 예상됩니다. 관련해 복지부는 고난이도 가산 대상 항목을 189개에서 274개로 확대하고, 가산율은 최대 50%로 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고난이도 가산과 취약지 가산은 합쳐 5%를 넘기지 않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건복지부가 검체 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중 ‘조건부 보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김양균 기자)
하지만 50% 가산 적용안에 대해 이견이 팽팽합니다.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자 검체 검사를 의뢰받아 시행하는 수탁기관들은 50% 가산이 고난이도 검사를 위한 장비·시약·인력·정도관리 비용 등 투입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며 난색을 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상 대비 투입 원가가 높다면 어느 수탁기관이 고난이도, 저빈도 검사를 계속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고난이도 및 취약지 가산 설계에도 수탁 업계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취약지 보상은 수거나 운송 등 물류 원가가, 고난이도 보상은 앞서 거론한 검사 수행을 위해 투입되는 원가가 핵심입니다. 두 가산의 경우 복지부가 보전하는 원가가 별개 항목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한쪽이 높게 설정되면 다른 쪽이 위축되도록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취약지 가산율이 고난이도 가산율보다 높게 설정되면 물류 영역으로 수탁사 영업 경쟁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입 자원과 노하우 등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고난이도 검사의 경우 위축될 여지가 있습니다. 업계가 “수탁업체가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고난이도 및 저빈도 검사 역량을 갖추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확대가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수탁기관 이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환자 부담도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해외 업체는 요양급여가 비적용 대상으로 검사에 드는 금액은 모두 환자 부담입니다. 특히 고난이도 검사가 필수적인 희귀·중증질환자의 경우 적시 진단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정부 검토안 중 고난이도 검사 가산 및 프로세스 개선 보상율에 대해 수탁기관들은 고난이도, 저빈도 검사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김양균 기자)
프로세스 개선 선지급 ‘30%’에도 이견
복지부는 조건부 보상 20% 가운데 프로세스 개선 보상에 15%를 정하고, 지급 방식은 선지급 30%, 성과 평가 후 70%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평가 기간은 미정으로, 평가 결과에 따라 80~120% 차등 지급하는 구조도 고려 중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수탁업계는 선지급 30%에 한정된 설정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유인즉슨, 앞선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되면 검체에 대한 추적·온도 관리·전산 연계 등 프로세스 유지비용은 제도 개편 시행부터 발생하지만 보상은 사후에 이뤄지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에 대한 평가 기간도 현재로서는 미정이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설계로는 자금 공백의 규모 및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관련해 수탁업계는 지급이 회계연도를 넘겨 정산되는 구조나 이행 조건·검증 기준 미확정 상태에서 제도 개편 시행이 임박한 점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도 경계 구간의 처리 방안이 없어 기관의 투자 결정과 재무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며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는 설비·인력 투자 결정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선지급 비율을 높이고 회계연도 내 선지급·후지급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라면서 “평가 기간 단축 및 평가 주체·자료 수집 방식을 미리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수탁 업계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개편을 논의 중인 만큼 각계의 입장을 충실히 수렴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해왔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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