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어 수협도 중앙회장 직선제 부상
2026-09-17 14:55:58 2026-09-17 15:27:23
[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농협에 이어 수협에서도 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이 직접 뽑는 직선제 도입론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조합장들이 선출하는 중앙회장을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해 대표성과 선거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여당 의원이 이를 골자로 한 수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수협중앙회가 개별 조합을 회원으로 하는 연합체인 만큼 조합원 직선제가 조직 원리에 맞는지 등을 두고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협중앙회장 직선제 법안 발의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수협중앙회장 선출제도 개선과 지배구조 발전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토론회는 주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의 쟁점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현행 수협중앙회장은 91명의 회원조합장으로 구성된 총회에서 선출됩니다. 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고,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앙회장 1회 연임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개정안은 현행 간선제만으로는 15만명에 달하는 전체 수협 조합원의 의사를 중앙회장 선거에 직접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간선제에서는 소수의 조합장을 상대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금품선거와 과열 경쟁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조합원에게 직접 투표권을 부여해 중앙회장의 대표성을 높이고 선거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입니다.
 
아울러 현행 제도에서는 수협중앙회장 선거 이후 약 한 달 간격으로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돼 중앙회장을 선출한 조합장 가운데 상당수가 곧바로 교체될 수 있다는 점도 개선 필요 사항으로 제시됐습니다. 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해 선거 주기를 맞추고 비용도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농협과 산림조합에서 중앙회장 직선제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수협의 제도 개편론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농협법 개정안 관련 논의에서 농협중앙회는 조합원 직선제를 수용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산림조합중앙회가 14개 '미래혁신과제'를 발표하고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주요 협동조합 중앙회 가운데 수협에서도 조합원의 직접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형 조합 쏠림·회장 권한 확대 우려
 
다만 직선제 도입을 두고 대표성 확대라는 취지와 별개로 실제 선거 과정에서는 또 다른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합원 전체가 중앙회장 투표에 참여할 경우 조합원 수가 많은 대형 조합이나 특정 지역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협은 현재 70개의 지구별 수협과 19개 업종별 수협, 2개의 수산물가공수협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중 조합원이 적은 곳은 10여명, 큰 곳은 9000여명에 달하는 등 규모 차이가 상당합니다. 직선제를 도입할 경우 규모가 작은 조합이나 특정 업종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조용준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수협법 제118조에서는 '중앙회는 조합을 회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각 수협마다 지역적·업종적·규모적 특성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연합체로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조합원이 아니라 조합을 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수협중앙회가 조합들의 연합체로 운영되는 만큼 전체 조합원이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수협의 운영 원리와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선거 비용과 선거 과열, 정치화, 무자격 조합원 등도 직선제 도입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쟁점으로 제시됐습니다.
 
직선제 도입 이후 중앙회장과 전문경영인 간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도 핵심 쟁점입니다. 현행 수협중앙회장은 비상임으로 수협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며, 회원조합에 대한 지도 업무는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중앙회장은 동시에 총회와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임원 선출, 사업계획, 예산·결산 등 중앙회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관여할 수 있습니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장은 "직선제 도입에 앞서 회장과 대표이사, 이사회와 감사기구가 각각 어떤 역할을 맡을지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합체 민주주의는 거대한 흐름"
 
주 의원은 수협의 조합원 직선제 도입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입장입니다. 농협과 산림조합에서도 중앙회장 직선제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수협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주 의원은 "자꾸 법 논리를 말하지만 법이라는 것은 현상을 설명하는 제도일 뿐이며 지금 거대한 흐름은 조합체 민주주의"라며 "농협중앙회가 직선제를 받아들였고, 산림조합중앙회도 직선제를 나선 상황에서 수협만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본인들의 투표권이 사라지기 때문에 조합장들은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지만 수산 관련 단체 24개 중 16개, 67%가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선거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함께 실시하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주 의원은 “무슨 논리든 조합원의 총의를 막을 수 없다”며 “선제적으로 수용해 더 좋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수협이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주 의원은 "당장 내년 2월에 있을 중앙회장 선거부터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엔 동의한다"며 "4년 전에 시도했을 때 준비를 잘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토론회에서 나온 논의 내용들을 해양수산부에서 선제적으로 나서서 조율하고, 여러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16일 열린 수협중앙회장 선출제도 개선과 지배구조 발전 방향 토론회에서 주철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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