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 '176시간'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노사가 마지막 조정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합의가 불발되면 16일 첫차부터 서울 버스가 멈춥니다.
1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회의에 돌입했습니다. 조정 기한은 이날 자정이지만, 노조는 협상 시한을 오후 9시로 제시했습니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새벽 4시에 첫차가 나가려면 기사들은 오전 2시께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렬 시 노조는 16일 오전 4시 첫차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갑니다. 지난 9일 1차 조정회의는 입장 차만 재확인했고, 1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재적 조합원 1만8296명 중 87.94% 찬성으로 가결돼 파업 요건은 이미 갖췄습니다.
김정환(왼쪽)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박점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시내버스 노사 2차 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쟁점은 1월에 봉합했던 통상임금 문제입니다. 시간당 통상임금을 구할 때 월급을 나누는 기준 시간을 놓고 노조는 176시간, 사 측은 209시간을 주장합니다. 노조는 지난 4월 대법원이 동아운수 소송에서 176시간을 적용한 원심을 유지한 만큼 이 기준이 확정됐다는 입장입니다. 노조는 이날 임금인상률 요구안(7.85%)은 협의할 수 있다며 물러섰지만, 176시간 기준만큼은 양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 추산 체불임금은 원금 2592억원, 지연이자 포함 약 2953억원입니다.
임금 수준을 둘러싼 수치 공방도 가열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사 측 추산을 들어 노조 요구를 비판했습니다. 9호봉 운행 사원의 지난해 연봉 6870만원에 인상률 7.85%와 176시간 기준 통상임금 인상분을 모두 적용하면 연봉이 8509만원을 넘는다는 주장입니다.
노조는 실제 임금 명세로 반박합니다. 노조가 제시한 근속 20년 이상 운전기사의 2025년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보면 급여 4248만4185원에 상여 1306만2348원을 더한 총급여는 5554만6533원입니다. 사측 추산보다 1300만원 이상 적습니다.
노조는 이마저 매일 연장·야간근로를 수반하는 교대근무에 휴일근로까지 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고 강조합니다. 176시간 요구는 임금을 새로 올리자는 게 아니라, 이렇게 일하고도 덜 받은 수당을 대법원 판결대로 정산하자는 것이라는 게 노조 입장입니다. 반면 사 측은 9차 교섭에서 209시간 기준 임금 체계 개편으로 10.32%를 인상하고 향후 법원이 176시간을 인정하면 차액을 소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확정된 권리를 깎는 안이라며 거부했습니다.
서울시의 무게중심은 중재보다 파업 대비에 실려 있습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긴급 상황점검회의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노사가 합리적인 대안에 이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통상임금 쟁점에서 서울시는 "176시간으로 확정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노조 주장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사 측 논리와 같은 취지입니다. 서울시는 준공영제 구조상 임금 인상분이 시 재정 부담으로 직결되는 이해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오 시장은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법 개정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습니다. 파업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구입니다.
서울시는 파업을 대비한 비상 수송 대책도 제시했습니다. 무료 셔틀버스를 1월 파업 당시 700여대에서 최대 1500대로 늘리고, 지하철을 하루 202회 증편하며 막차를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합니다. 따릉이 무료 개방과 마을버스 임시 노선, 등교·출근 시간 1시간 조정 요청도 담겼습니다. 같은 시기 파업 직전까지 갔던 부산·울산이 노사정 협의체와 재정지원 확대 등 지자체 개입으로 협상을 푼 것과 달리, 서울시는 협상 테이블에 주력하기보다 파업 이후 대책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하루 379만명 이상이 이용합니다. 1월 파업 첫날 오전 운행률은 6.8%에 그쳤습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11일 중재·해결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핵심 쟁점인 176시간에서 노조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고 사 측과 서울시는 법원 판단을 기다리자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안에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서울 시민의 출근길은 여덟 달 만에 다시 멈춰 설 가능성이 큽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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