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아이쿱자연드림의 유동성 압박이 조합원 차입금 상환 지연과 관련 법인들의 재무상태에서 동시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관련 법인들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단기 상환 부담과 조합원 차입 의존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아이쿱 관련 22개 법인의 2025년 말 부채총계는 단순합산 기준 4333억원을 넘었고, 13곳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웃돌았습니다. 이 가운데 10곳은 총 814억3600만원의 조합원 차입금을 보유했으며, 일부 법인에서는 최근 중도·만기 상환이 지연됐다는 조합원들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이쿱은 지난 2일부터 오는 9일까지 생산지 물품대금 지급과 매장 운영 등을 위한 조합원 특별출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아이쿱 조직도. 지역생협과 사회적협동조합, 생산 부문 관련 주식회사 약 70곳이 기재돼 있다. (이미지=아이쿱자연드림 홈페이지)
"언제 갚는지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아이쿱불공정경영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A씨는 "익일 중도상환 약정이 있는 조합원조차 상환 날짜를 안내받지 못했다"며 "만기가 돌아온 뒤 이자만 지급하고, 원금을 고금리 조건으로 재예치하면 1년 뒤 갚겠다는 권유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돈을 맡긴 배경에는 최대 연 10%에 이르는 이자와 장기간 쌓인 신뢰가 있었습니다. 실제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연 10%의 이율이 명시돼 있습니다. A씨는 "조합원 차입금 모집이 약 20년간 이어졌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원금과 이자가 약정대로 지급돼 아이쿱을 믿고 다시 돈을 맡기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쿱 홈페이지의 특별출자 게시물에도 "정확한 재정상태를 알려 달라", "기존 차입금도 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특별출자를 하느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A씨에 따르면 소송 등 공동대응에 참여한 인원은 16명 정도이며, 관련 단체대화방에는 약 70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이쿱 측은 지난달 27일부터 전국에서 차입금 상환계획 설명회를 열고 있습니다. 참석자들은 경영상 어려움과 원금 재예치·상환 유예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이 주를 이뤘을 뿐, 법인별 미상환액이나 구체적인 상환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참석자는 "언제까지 얼마를 갚겠다는 계획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일부 생산자들도 납품대금을 약정된 결제일에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합원 차입금과 생산자 물품대금의 지급 지연이 겹친 가운데, 아이쿱 측은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자연드림 지킴이 특별출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이쿱 측은 특별출자 안내에서 "대출과 차입에 의존했던 관성을 멈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조합원이 낸 돈은 소속 지역생협의 출자지분으로 반영되며, 관련 절차를 거쳐 자연드림의 자본 확충과 생산지 물품대금 지급, 매장 운영에 우선 사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입금은 법인이 약정에 따라 갚아야 하는 채무지만, 특별출자는 지역생협의 자본으로 반영됩니다. 출자금의 환급 여부와 시기는 조합 정관과 규약에 따르며, 두 자금 모두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은 아닙니다.
아이쿱자연드림이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연드림 지킴이 특별출자' 모집 안내. 아이쿱은 특별출자금을 생산지 물품대금 지급과 매장 운영 등에 우선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미지=아이쿱자연드림 홈페이지)
22개 법인 부채 4334억원…13곳은 유동부채가 더 많아
<뉴스토마토>가 아이쿱 관련 22개 법인의 2025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법인의 부채총계는 단순합산 기준 4333억5365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동부채는 3927억7816만원으로 유동자산 2178억6360만원보다 1749억1456만원 많았습니다. 22곳 가운데 13곳에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웃돌았습니다.
재무상태표상 단·장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를 합산한 차입금은 2918억7038만원이었습니다. 각각 은행 1341억8880만원, 조합원 814억3600만원, 관계법인 738억4250만원, 기타 24억300만원 등입니다.
조합원 차입금은 항암식품 215억8196만원, 쿱로지스틱스 173억2315만원, 이로운식품 93억4012만원, ㈜자연드림 69억4798만원, 쿱농산 65억5528만원 등 여러 법인에 분산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인별 차입 조건과 만기·상환 현황을 통합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분석은 감사보고서를 확보한 22개 법인에 한정됐습니다. 2024년 3월 조직도 이후 법인의 신설·합병·폐업과 지분 변동을 반영한 전체 현황은 공개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집계에서 빠진 부채와 차입금이 더 있을 수 있습니다.
22개 법인의 매입채무는 총 609억5883만원이었습니다. 전액을 연체된 생산자 물품대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생산자들의 지급 지연 증언이 나오고, 아이쿱도 특별출자금의 사용처로 물품대금 지급을 제시한 만큼 결제기일이 지난 금액과 출자금 사용계획을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쿱로지스틱스와 자연웰푸드, 이로운식품은 2025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였고, 세 곳 모두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기재됐습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많은 금액은 쿱로지스틱스 565억846만원, 이로운식품 257억1506만원, 자연웰푸드 148억2160만원이었습니다.
㈜자연드림 역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57억636만원 많았습니다. 단기차입금 141억5998만원 가운데 조합원 차입금은 69억4798만원이었습니다.
법인 간 차입 738억4250만원…그룹 전체 자금 흐름은 불투명
22개 법인의 관계법인 차입금은 2025년 말 기준 738억4250만원이었습니다. ㈜자연드림은 2025년 특수관계자로부터 294억2000만원을 빌리고 296억2800만원을 상환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차입·상환했습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법인 간 자금대차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고, 내부거래가 중복 반영될 수 있어 개별 재무제표의 단순합산액을 그룹의 순외부부채로 봐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연결재무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실제 외부차입과 만기 구조, 법인 간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법인별 미상환액과 상환 일정, 특별출자금의 최종 사용처, 결제기일을 넘긴 생산자 물품대금 규모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자연드림과 아이쿱생협연합회 측에 조합원 차입금 상환 지연과 특별출자금 사용처, 관련 법인들의 재무상태 등에 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연드림 지킴이 특별출자' 안내 게시물에 조합원들이 재정상태 공개와 기존 차입금·출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댓글을 남겼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작성자 이름은 가렸다. (사진=아이쿱자연드림 홈페이지)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