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전기료 3~5년치 선납 제안…"한전채 25조 대체"
박정 의원·접경지역내일포럼 등 공동주최…K-GX 국회 연속토론회
선납금리, 국고채보다 높고 한전채보다 낮게…전기요금서 차감
“선납제 보완할 추가 대안”…유럽 녹색채권·GCF로 재원 다변화
2026-09-02 12:14:50 2026-09-02 14:51:12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대규모 전력소비기업으로부터 향후 3~5년 치 전기요금을 미리 받아 전력망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습니다. 이날 한국전력공사 측은 선납금으로 최대 25조원의 신규 한전채 발행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요금 선납제와 함께 민간투자와 유럽 녹색채권,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결합해 전력 인프라 투자 재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박정·안호영·김주영·박해철 민주당 의원과 접경지역내일포럼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국회 연속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1차 토론회는 '전기요금 선납제를 통한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를 주제로 마련됐습니다.
 
황재훈·정태혁 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창률 한전 기획처장, 김양지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시장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전력망 투자, 비용 아닌 산업 기회로 봐야"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황재훈 부소장은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와 재원 조달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황 부소장은 산업 전기화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단지의 수요가 더해지면서 발전뿐 아니라 송·배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아우르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제시된 잠정 전망에 따르면 2040년 최대 전력 수요는 158.4~165.0기가와트(GW)로, 종전 전망보다 약 20% 늘었습니다. 반도체 산업과 권역별 AI 데이터센터의 추가 수요는 각각 20.6GW와 7.9GW로 추산됐습니다. 현재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는 2038년까지 72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이 담겼지만, 상향된 전력 수요 전망이 반영되면 실제 투자 규모는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황 부소장은 "재원 조달을 단순히 공공이냐 민간이냐로 나누는 것을 넘어, 양쪽을 어떻게 결합해 효율적으로 추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력망 투자를 전력 설비와 기후테크 산업을 키울 기회로 보고, 공공과 민간의 위험 분담과 정책금융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대규모 전력소비기업의 전기요금 선납제도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선납제만으로 부족…유럽 녹색자금 활용해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정태혁 부소장은 '전력 인프라 민간투자 활성화와 재원 조달의 다원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정 부소장은 선납제만으로 한전채 발행을 모두 대체하기 어렵다며 유럽 녹색금융을 추가 조달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달금리를 낮추고 만기를 늘리는 한편, 한전채가 국내 채권시장의 투자수요를 흡수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사례로 든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녹색금융 프로그램을 재생에너지와 송배전망 현대화, 기존 원전의 안전설비 개선 등에 활용했습니다. 유럽 송전망 운영사 테넷은 올해 상반기 35억유로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북해 해상풍력 송전망 투자 재원을 마련했으며, 발행액의 6배가 넘는 투자수요를 확보했습니다.
 
정 부소장은 국내 송배전망을 EU 택소노미 적격자산으로 구성해 외화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평화에너지고속도로에는 지역 펀드와 정책금융을 함께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해외에서는 GCF 인증 기구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장기·저금리 자금을 활용하면 국내 전력·에너지 기업의 개발도상국 진출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전채 줄이면 민간기업 회사채에도 숨통"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한전채 발행액이 31조80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투자수요가 쏠리고, 한전채 금리가 신용등급이 더 낮은 AA-급 회사채보다 높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기요금 선납금이 한전채 발행을 대체하면 민간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채권시장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창률 한전 기획처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 치 전기요금 25조원을 선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안액은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며 금리는 국고채에 15bp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한전은 월 2조원씩 2027년 말까지 납부받으면 약 1년 치 차입을 대체하고 사채발행배수를 2배 이내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양지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시장과장은 선납제가 한전의 사채발행배수를 2027년 말까지 2배 이내로 낮추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과도한 금리와 중도 환불, 대기업 특혜 논란을 막을 기준이 필요하며, 선납금도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만큼 다른 조달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고 좌장을 맡은 박정 의원은 이번 행사가 전기요금 선납제와 무탄소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국산화, 해상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차례로 다루는 4회 연속 토론회의 첫 순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환경과 산업을 함께 고려한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며, 접경지역 평화에너지고속도로 등 산업 인프라에 국민이 투자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박해철 의원은 전기요금 선납제의 운영 방식과 재정·전력 인프라 투자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GX 시대 에너지 산업 국가전략 국회 연속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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