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민주·한국노총 간부들을 상대로 단행한 ‘타임오프(노동시간 면제 제도) 집단해고’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 해고 판정에 불복해 사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또 패소한 겁니다. 사 측이 무리하게 소송전을 벌이는 사이, 복직자 승진 문제 등 또 다른 인사 파행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사 측이 ‘부당 해고’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뒤 이를 바로잡지 않아 행정력 낭비와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민주·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024년 5월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 해고 철회와 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지난달 28일 서울교통공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 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윤석열정부의 타임오프 실태조사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5월 ‘노사 법치주의’를 앞세워 법령상 한도를 초과한 타임오프 관행을 적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사 측은 자체 전수조사를 벌여, 이듬해 5월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간부 32명에 대해 ‘타임오프를 악용해 무단결근했다’며 해임·파면 등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노조는 노조 탄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2010년 타임오프제 도입 이후 사 측의 묵인 아래 노조 전임 활동을 이어왔는데, 갑자기 무단결근으로 몰아 노조 간부들을 집단해고 했단 겁니다. 그러나 서울지방·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해고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정 한도를 넘겨 타임오프를 쓴 건 잘못이지만, 해고는 양정 과다로 부당하다는 판정입니다.
법원 역시 부당 해고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근로시간 면제자들이 근무시간 중 노조 활동을 하는 것에 사용자의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오인할 만한 사정이 충분히 존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 측이 노동시간 면제자들을 정상 출근 처리해 온 점, 장기간 노동시간 면제자들의 근태를 문제 삼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사 측의 부실 조사도 문제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근로시간 면제자들은 근로시간을 사적으로 유용한 게 아니라, 근로 제공 의무가 면제된다고 생각하고 노조 사무실 등에서 조합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는 이들의 결근일 행적을 조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조 활동 일정을 정리해 노동위에 제출한 자료에 대해서도 이 소송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비록 재판부가 “이러한 노사 관행이 법상 강행 규정에 반해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해고 사유로 삼기에는 사 측의 방조와 관리 미비 책임이 크다고 본 겁니다.
해고자들은 지난 2024년 8월 서울지노위의 부당 해고 판정 이후 사 측이 징계를 취소하면서 복직했습니다. 이들은 타임오프 관리 미비의 책임을 인정해 무단결근으로 처리된 기간의 임금을 반납했고, 적법한 타임오프 범위 내에서 노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 측이 중노위 판정을 수용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강행하면서 사태는 인사 혼란으로 번졌습니다. 복직자 중 근속승진 대상자들의 처우가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중순 복직자 7명이 근속승진을 했으나,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중징계 대상자를 승진시켰다”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옴부즈만위는 사 측에 기관경고와 함께 승진을 결정한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해당 위원회는 서울시장 직속 행정기관으로 시와 산하 기관 감사를 담당하는데,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 측은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 올해 1월 근속승진 대상자였던 복직자 A씨를 승진에서 배제했습니다.
노조는 부당한 승진 배제라는 입장입니다. 공사 인사 규정상 승진 제한 사유는 ‘징계 처분 요구·의결, 직위 해제 및 휴직 중인 자’입니다. A씨 복직 당시 징계 처분이 이미 취소됐고, 소송 중이란 이유로 무한정 승진을 미뤄선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입니다. 결국 A씨는 서울지노위에 부당 승진 누락 구제 신청을 냈습니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6월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노위는 “A씨에 대한 근속승진 누락은 명확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며 “노동자는 선행 판정에서 양정 과다로 구제를 받았고 현재 행정소송 중일 뿐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가 아니”라고 판정했습니다. 나아가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후속 징계가 내려진다면 그때 승진의 부당성을 다시 다투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지노위 결정에도 옴부즈만위는 복직자에 대한 승진이 잘못됐다며 승진 업무를 결재한 실무 부서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 측도, 노조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이 사 측의 무리한 징계와 불복 소송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타임오프 문제에 대해 노사가) 서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면 되는데, 공사가 계속 사건을 키우는 게 문제”라며 “법적 기구에서 세 차례나 똑같은 판단을 받았는데 사 측이 또 항소한다면 불필요한 행정비용만 세금으로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노총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관계자 역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무리하게 집단해고를 단행한 것부터 문제”라며 “타임오프 운영 미숙의 책임을 지고 어느 정도 징계를 감수하겠다고 했지만 사 측은 무리하게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라도 항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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