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8월 21일 19: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CCG인베스트먼트아시아(이하 CCG)가
나인앤컴퍼니(366030)(구 공구우먼)를 인수한 뒤 외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현금을 옥외광고 사업권과 비상장 AI 기업 지분 등에 투입하면서다. 특히 CCG는 경영권 인수를 마치기 전부터 회사 정관에 국내외 투자업을 추가할 준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나인앤컴퍼니를 국내 투자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나인앤컴퍼니 본사(사진=나인앤컴퍼니)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CG는 지난 6월 특수목적회사(SPC) 씨씨지모뉴먼트홀딩스를 통해 옛 공구우먼 지분 44.14%를 72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대금 가운데 470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마련했고 나머지 250억원은 메리츠증권 브릿지론을 활용했다.
인수 전부터 '투자업' 추가…패션 밖으로 투자 확대
CCG가 공구우먼을 인수한 까닭은 기존 여성의류 사업에 대한 확장성은 물론이고, 재무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구우먼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44억원에 달한 반면 총차입금은 15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익잉여금도 5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450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올리면서 본업에서 착실히 흑자 구조를 유지했다.
CCG는 경영권 인수를 완료하기 전부터 회사의 사업 목적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공구우먼이 지난 4월 공고한 임시주주총회 안건에는 기존 패션·커머스 사업 외에 ▲회사와 관계회사 설립·출자·지분취득 ▲국내외 회사·조합·펀드·프로젝트 및 자산에 대한 투자업 ▲국내외 유가증권·지분 투자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나인앤컴퍼니는 사업목적 변경 이유로 '투자회사 설립을 통한 다각적 투자 활동 근거 마련'을 제시했고, 이후 CCG가 6월1일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열린 임시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됐다.
실제 CCG 인수 이후 나인앤컴퍼니가 선택한 투자처도 기존 의류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나인앤컴퍼니는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업체 에이아이티에너지(AIT-E)가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41억2000만원을 투입했다. 신주 44만1114주를 주당 9340원에 취득해 지분 29.18%를 확보했다. 신주를 인수한 만큼 투자금 전액이 AIT-E의 성장에 투입되는 구조다.
나인앤컴퍼니 측은 이에 대해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신규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T-E 지분투자와 함께 관련 전담조직을 꾸리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패션사업과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투자업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AIT-E는 지난해 설립된 신생기업으로, 2025년 기준 매출이 없고 자산총계가 1억7200만원, 자본총계는 7700만원에 불과하다. 기존 여성의류와의 사업적 시너지보단 AI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과 향후 성장 가능성에 가치를 두고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특히 이번 계약엔 나인앤컴퍼니가 취득한 44만1114주 가운데 약 56%인 24만8394주에는 AIT-E가 지정하는 자에게 해당 주식을 매도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콜옵션 행사 가격은 투자원금에 연복리 12%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AIT-E가 향후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콜옵션 행사 시, 나인앤컴퍼니는 연복리 12%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게 되는 투자 셈법이 깔린 것이다.
광고 영업권·250억 대여까지…현금 중심 자산구성 변화
이외에도 CCG가 경영권을 확보한 직후 나인앤컴퍼니의 자금은 옥외광고 사업으로도 흘러갔다. 나인앤컴퍼니는 지난 6월 말 이사회를 열고 에스엘엠앤씨의 '옥외광고매체 영업권 양수의 건'을 의결, 에스엘엠앤씨에 선급금 50억원을 지급했다.
에스엘엠앤씨 거래 역시 기존 의류사업의 직접적인 확장이라기보다 투자 목적에 가깝다. 나인앤컴퍼니가 향후 자체 브랜드 광고 등에 옥외매체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회사 자체를 인수하기보다 특정 사업권을 떼어내 자산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자본배분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자금 운용 범위는 사업투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나인앤컴퍼니는 CCG가 경영권을 확보한 지 2주 만인 지난 6월15일 김한준
롯데관광개발(032350) 대표에 대한 단기 주식담보대출 실행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
최근 롯데관광개발은 김기병 회장 체제에서 차남인 김한준 대표에게 승계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의 증여세 부담이 수백억원이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한 과정에도 나인앤컴퍼니가 손을 뻗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나인앤컴퍼니는 CCG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신규 자금 운용 규모만 341억2000만원에 달한다. 김한준 대표에 대한 대여금 250억원, 에스엘엠앤씨 선급금 50억원, AIT-E 지분투자 41억2000만원 등이다.
이에 따라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 즉시 활용 가능한 자산 규모도 빠르게 줄었다.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금액은 지난해 말 약 53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07억원으로 230억원가량 감소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이 344억원에서 169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단기금융상품 역시 193억원에서 138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CCG 인수 전 현금과 금융상품 중심이던 자산 구성이 대여금과 사업권, 비상장기업 지분 등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CCG의 자본배분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존 공구우먼이 의류사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쌓아두는 데 무게를 뒀다면, CCG는 이를 외부 투자와 자산 취득에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운용 방식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나인앤컴퍼니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