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늘고 있습니다. 2021년 검찰청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범한 탓에 검찰청 폐지 후엔 입지가 좁아지는 데다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수사기관으로서의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공수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견제하기 위해 인력 증원과 수사 대상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전문가들은 형사사법 체계 개편에 맞춰 공수처의 기능과 존립 여부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10월2일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청이 폐지됩니다. 수사 기능은 중수청, 국수본, 공수처 세 기관이 나눠 갖습니다. 상설 수사기관 중 수사·기소 권한을 갖는 곳은 공수처가 유일해집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했지만, 특검과 공수처는 예외로 뒀습니다. 같은 법 부칙 14조를 통해 공수처장과 차장, 수사처 검사에겐 검사의 수사권·지휘권 폐지 조항이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6월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열린 취임 2주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3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범죄 공소 제기와 유지 등을 담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는 △수사 대상 확대 △인력 증원 및 임기제 폐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형사사법 체계 개편에 따라 중수청, 경찰 등 행안부로 집중된 수사 권한을 독립기관인 공수처가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수청 소속 4급 이상 공무원과 경찰청 총경의 범죄를 수사와 기소 대상에 포함시켜 수사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청 폐지에 따라 권한이 확대되는 수사기관 고위직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고 수사 전문성을 쌓기 위해 검사(3년)와 수사관(6년)의 임기제를 폐지하고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17년 9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제안했던 초안(검사 30~50명, 수사관 50~70명 등 최대 122명)보다 대폭 축소된 현재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공수처법상 정원은 조직 비대화와 권한 남용 우려 등으로 인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제한됐습니다.
실무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공수처 검사는 "신분이 불안정한 임기제로 인해 소신껏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지청 수준 규모라고 하지만, 수사처 행정사무 처리를 위한 직원도 법으로 규정해 둔 상황으로 수사 인력, 행정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호응은 공수처의 기대와는 다소 결이 다릅니다. 검찰개혁으로 공수처 개혁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난 데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청마저 해체하는 상황에서 두 권한을 모두 쥔 공수처의 규모를 늘리는 게 타당하냐는 회의론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출범 6년을 맞은 공수처의 실적 부진은 공수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하는 상황입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수처로부터 받은 '주요 업무 현황'에 의하면, 2021년 1월 공수처가 출범한 후 공소를 제기한 사건은 14건에 불과합니다. 대통령·국회의장·국회의원·헌재소장·헌법재판 관 등에 대해선 공소제기 권한 없이 수사만 담당하는 걸 감안해도 현저히 적은 수치입니다. 기소권이 없어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한 건은 16건입니다. 공소제기는 물론 공소제기 요구도 연간 평균 3건을 넘기지 못하는 겁니다.
지난해 3월7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공수처로선 '수사·기소 권한의 불일치'와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 탓에 사건 처리 역량이 떨어졌다고 항변합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런 지적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인력과 권한을 늘려준다고 해서 성과가 달라지겠느냐는 불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검찰개혁 이후에도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쓰임은 여전하다는 주장과 함께 장기적으로 공수처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는 배경입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여전히 필요한 조직"이라며 "수사권은 중수청과 경찰이 독점, 기소권은 공소청이 독점하게 되는 구조에서 각자의 독점된 권리를 견제할 곳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아 굉장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공수처는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권력형 범죄에 대해 독립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수행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반면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자고 만든 기관인데, 앞으로 조직의 존재 이유가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수사·기소 분리로 중수청이 수사만 잘 해서 넘긴다고 하면 고위공직자 범죄와 중대범죄 수사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검찰개혁 이후 첫 번째 액션플랜은 중수청에 힘을 실어 잘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10월2일 신설될 중수청 안착이 중요하지 공수처의 제도 개선은 차후 문제라는 겁니다.
결국 공수처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리지만, 78년 만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 형사사법 체계가 시행되는 만큼 공수처의 역할과 존재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그동안 제 역할을 못 한 것은 사실"이라며 "검사나 수사관 수를 늘려 기능을 강화할 것이냐, 혹은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으로서 공수처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느냐 등 기관의 목적, 존재 필요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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