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60% 늘어난 수도권 물류센터…화약고 우려
물동량 집중된 수도권…땅값 싼 인천·경기에 창고 집중
연이은 대형물류센터 화재…정부·지자체 '대응' 나서야
2026-07-21 18:03:21 2026-07-21 18:13:01
[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최근 5년 동안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의 물류창고 수가 60% 이상 급증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교외에 주로 들어서던 물류센터가 대형화되는 동시에 도심 주거지 근처까지 우후죽순 파고들면서, 대형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도심 속 화약고'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사고 예방을 위한 규제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수도권 쏠리는 물류센터…5년 새 60% ↑
 
21일 경기도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두 지역에 등록된 물류창고 업체 수는 1668곳입니다. 2020년 12월 기준 1035곳보다 633곳(61.1%)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930곳에서 1483곳으로 553개소(59.4%)가 새로 생겼고, 인천은 105곳에서 185곳으로 80개소(76.1%) 증가했습니다.
 
매년 신규 등록하는 물류창고 업체 숫자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2019년 처음으로 100곳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신규 등록이 증가했습니다. 올해 역시 6월 기준 이미 172곳이 신규 등록을 마쳤습니다. 인천도 2017년 15곳을 시작으로 매년 늘어나 올해 6월까지 34곳이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1일 오전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한 201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에서 물류창고가 크게 늘어난 걸로 분석합니다.
 
인천 물류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 수도권에선 '물류센터만 지어두면 쿠팡이나 CJ대한통운이 무조건 사준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며 "당시만 해도 화재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수도권은 26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집중돼 있어 막강한 소비력을 갖춘 덕분에 당일·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최적의 입지를 갖췄습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평택항, 주요 고속도로 등 물류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고, 서울에 비해 부지 매입비가 저렴하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현재 국내 전체 화물 물동량의 70%가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화재들…업계서도 '안전 비상
 
문제는 대형 물류센터가 늘어날수록 화재 위험과 피해 규모도 함께 커진다는 점입니다.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쯤 인천 서헤구 석남동의 8층짜리 쿠팡 물류센터 건물 6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시간21분 만인 오전 9시15분 대응 1단계를, 낮 12시25분에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3시15분엔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내렸습니다. 
 
지난 20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임시 휴교한 신석초등학교(아래) 뒤로 물류센터 화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7~8층으로 번지면서 커졌고, 화재 발생 61시간 만인 지난 20일 오후 8시쯤 큰불을 잡았습니다. 소방관 등 인력 845명과 펌프차량 등 장비 239대를 동원했고, 현재는 잔불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를 예견된 인재로 보고 있습니다. 내부 면적이 넓고 물품을 촘촘히 쌓아두는 3단 랙식 창고 구조 특성상 천장에 설치된 기본 스프링클러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적재된 각종 생활용품이 타들어 가며 발생한 유독가스와 짙은 연기도 소방대원들의 내부 진입을 방해했습니다.
 
더구나 문제의 쿠팡 물류센터는 올해 2~3월 실시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 무려 25건의 지적 사항을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불이 난 것도 처음이 아닙니다. 건물 사용 승인이 난 지 하루 만인 2023년 8월15일에도 지하 1층 냉동창고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하루 만에 진화된 바 있습니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1년 6월17일 오전 5시20분쯤 발생한 경기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 사고, 지난해 11월15일 오전 6시8분쯤 발생한 충남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도 화재 등이 대표적입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인 2024년 소방당국은 물류센터 등 창고시설의 '화재안전기준'을 강화했습니다. 대형물류센터는 방수량이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랙식 창고는 3m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물류센터는 2023년 지어진 건물이어서 해당 기준을 적용받지 않았습니다.

주거지 파고든 '화약고'…정부 대책 시급
 
이번 불로 물류센터와 인접한 신석초등학교는 하루 휴교를 했고, 건물 붕괴 우려에 인근 주민 300여명도 집을 나와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과거 교외에 주로 들어서던 물류센터가 최근 주거 밀집 지역 근처까지 깊숙이 파고들면서 주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엔 1만3000㎡ 규모 물류센터가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화동엔 1만4000㎡짜리 다른 물류센터도 주거밀집지역과 1㎞ 이내에 있습니다.
 
경기도 역시 신도시가 있는 용인·이천·화성에 물류센터가 밀집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도심 속 물류센터들에 대한 안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화재 대응이 마무리되는 대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국가동원령까지 발령된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도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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