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보다 중요한 건 '경쟁력'…SK하이닉스의 인재실험
학력 제한 철폐로 인재풀 확대
"AI 반도체 인재전쟁 대응 전략“
중소·중견 협력사 인력유출 우려도
2026-06-18 15:32:15 2026-06-18 15:36:48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업계 최초로 신입 채용 과정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학력 철폐 선언이라기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 심화되는 인재 확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SK하이닉스의 인재 실험을 두고 중소·중견 협력사와 장비업체 등에 근무하는 숙련 인력의 대기업 이동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7일 홈페이지 ‘6월 신입 채용 직무기술서(JD)'.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신입 채용 과정에서 ‘4년제 학사 이상’ 요건을 삭제하고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한다고 지난 17일 밝혔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신입 공채 학력 제한을 없앤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입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학력 제한 철폐를 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투트랙 인재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려대·서강대·한양대 반도체계약학과를 통해 최상위급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전문대 졸업자와 산업 현장 경력자, 비전공자 등으로 채용 대상을 확대해 인재 저변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학력 제한이 없어졌다고 해서 누구나 입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6월 신입 채용 직무기술서(JD)’를 보면, 직무별 요구 역량에서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세 자릿수 채용이 예정된 설계 직군의 경우 시스템 및 애플리케이션 이해를 바탕으로 아키텍처 설계, 디지털·아날로그 회로 설계,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자 직무 역시 원가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 구축, 차세대 핵심 요소기술 개발 등을 주요 업무로 명시했습니다. 전자·전기·반도체·컴퓨터·물리·신소재 등 관련 분야 경험과 역량을 갖춘 지원자를 우대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학력 장벽은 낮아졌지만 직무 역량에 대한 요구 수준은 유지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학력보다 실제 업무 수행 능력과 경쟁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뜻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SK하이닉스는 특정 대학 출신 위주로 채용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고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필요한 인력도 크게 늘었다면서 “학력 제한을 없앤 것은 더 다양한 배경의 인재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번 조치는 채용 기준 완화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인 만큼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어떤 배경에서 역량 있는 인재가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학력 제한을 없애고 인재를 폭넓게 수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채용제도 변경을 넘어 반도체 업계의 인재 확보 방식이 변화하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되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은 학력보다 실제 직무 역량과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채용 기준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이번 실험이 성과를 낼 경우 삼성전자(005930)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로 유사한 채용 방식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채용 실험이 반도체 산업 내 인력 이동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제조공정과 장비 분야의 경우 학력보다는 현장 및 실무 경험이 필수적인 만큼, 중소·중견 협력사나 장비업체, 소재업체 등에 근무하는 숙련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설계 분야는 여전히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주축인 영역이어서 학력 제한 폐지가 곧바로 채용 문턱 완화를 뜻하지는 않는다”라며 “생산기술이나 공정 분야에서는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들이 SK하이닉스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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