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전자산업 필수 부품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에 대한 수요가 유례없을 정도로 치솟으면서,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습니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중심이었던 MLCC 수요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AI 서버 등으로 번진 것입니다. 높은 제조 난도와 제한된 공급망의 상황이 겹치며 ‘역사상 가장 크고 긴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지난해 7월 삼성전기가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연 적층새라믹캐패시터(MLCC) 기술 세미나에서 MLCC 샘플이 진열됐다. MLCC 78만개가 든 모래시계와 MLCC 목업(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MLCC 공급사들이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상황에서도 제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MLCC의 호조세를 들어 “역사상 가장 크고 긴 사이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통상 10주 수준이었던 MLCC 리드타임이 20주 안팎까지 늘어나는 등 수요 급증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특히 AI 서버에 사용되는 MLCC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GB200 플랫폼 보드에는 약 6500개의 MLCC가 탑재되며, 차세대 제품인 루빈 아키텍처는 보드당 약 1만2000개의 MLCC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 외에도 구글과 메타 등도 자체 AI 칩 주문을 늘리면서, 이에 탑재되는 MLCC 비중 역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 로보틱스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에서도 MLCC 도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MLCC는 약 1만개에 달합니다. 통상 내연기관 차량(약 3000~5000개), 스마트폰(약 800~1000개)보다 훨씬 많은 양을 필요로 합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사들도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습니다. MLCC 업계 1위인 무라타제작소는 생산라인 확대를 위해 오는 2028년 3월까지 800억엔(약 7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삼성전기(009150) 역시 필리핀에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치)용 MLCC 신공장을 증설해 수요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급사 자체가 제한적인 만큼, 한동안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MLCC 시장은 무라타 40%, 삼성전기 약 20~25%로, 사실상 양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로봇과 전기차, AI 서버 등 첨단 산업의 고도화로 MLCC 제조 난도도 함께 높아지면서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MLCC를 다루는 기업은 일본이나 한국, 대만처럼 전통적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잘하는 곳”이라며 “서버용 MLCC 등 최근 요구되는 MLCC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후발주자들이 단기간에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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