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둘러싸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의 주장이 재차 충돌했습니다. 방 전 부회장은 쌍방울 측이 이재명 경기도지사(현 대통령)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고 증언했지만,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이 검찰의 회유로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을 고수했습니다. 나아가 검찰이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00건이 넘는 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북송금 사건 당사자들의 엇갈리는 주장 속 여야는 진영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화영 "수원지검,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100건 이상"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4일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청문회에서 "(박상용 검사가) 나를 방조범으로 해서 형을 낮추고 바로 석방해 주겠다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는 "수원지검에 출석해서 만났던 면담보고서 이러한 것들이 허위로 작성된 것들은 지금 한 건이 아니고 수십건, 많게는 100건 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쌍방울이 이 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진술을 얻기 위해 진술을 회유했다는 주장을 한 겁니다.
허위 진술 조서를 작성한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5월19일에 제가 5차 (피의자신문)조서를 썼을 때가 있었는데 저하고 설(주완) 변호사 7시30분간 면담을 했다고 조서에 기록돼 있는데, 허위이고 그런 적 없다"며 "서울고검에서 감찰을 했고, 감찰을 한 그 내용에 소상히 적시, 밝혀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방 전 부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머무른 (필리핀) 호텔 후문 입구에서 리호남(북한 공작원)을 만난 후 김 전 회장이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며 "우리(쌍방울)가 돈을 준비했고 김 전 회장이 리호남에게 직접 돈을 줬다. 그 이유는 (이재명 지사의) 방북 대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기존 진술과 동일합니다.
방용철 쌍방울그룹 전 부회장이 지난 14일 국회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7월 리호남 필리핀 입국 두고 엇갈리는 진술
김 전 회장이 이 지사의 방북을 대가로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70만달러를 건넸는지는 이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주요 주장 중 하나입니다. 앞서 수원지검은 김 전 회장과 방 전 부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500만달러)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달러) 대가로 800만달러를 줬다고 보고, 2024년 6월12일 이 지사와 이 전 부지사, 김 전 회장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정원 기관보고와 엇갈립니다. 이종석 국정원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에 출석해 "(리호남이) 필리핀이 아닌 제3국에서 체류를 한 증거가 있다"고 했습니다. 국정원 정보에 따르면 쌍방울 측으로부터 80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2019년 7월 필리핀에 가지 않았다는 정보가 있다는 겁니다.
지난 14일 청문회에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국정원 직원은 A씨도 "(리호남이 당시 필리핀에 체류하지 않았다는) 국정원의 공문서를 부정하듯이 말씀하셨는데 제가 2019년 2월1일자 보고서 작성한 당사자"라며 "제가 법과 양심과 직업 윤리를 걸고 사실에 부합한다는 것 자인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권은 유리한 대목만 발췌…또 정쟁 도구로 삼아
이처럼 이 전 부지사와 방 전 부회장의 증언은 엇갈리지만, 정치권은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증언만 발췌해 아전인수식 해석만 늘어놓고 정쟁의 도구로 삼는 모양새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 전 부회장의 증언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북한에 이재명 지사 방북 비용으로 돈 준 사실이 이 불법 국조로 오히려 더 확실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종석 국정원장의 국정원은 대놓고 감찰이라는 이유로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는 정황이 있다며 확정판결을 뒤집으려 한다"며 "한마디로 국정원을 통한 사건 뒤집기"라고 규정했습니다.
반면 여당의 해석은 달랐습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 보고, 현장 책임자, 동행자 진술까지 모두 '리호남은 필리핀에 없었다'고 말한다"며 "그런데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방용철은 위증"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화영 전 부지사 증언을 근거로 "박상용 검사가 조서 작성을 위한 진술 세미나를 넘어 공판 품평회를 통해 특정한 법정 증언을 지시한 점이 확인됐다"며 "모해위증교사의 정황이 뚜렷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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