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농촌 마을의 수호신 올빼미
2026-04-16 13:10:57 2026-04-16 16:39:14
올빼미 어미가 둥지 속의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다시 사냥터로 가기 위해 나오고 있다.
 
'후우', '우후후후'. 음산한 분위기의 사극에 항상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올빼미(천연기념물 324호,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동물)입니다. 올빼미는 겨울 2~3월쯤, 주로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 속에 둥지를 터서 두세 개의 알을 낳습니다. 암컷이 30여일 알을 품으면, 나무의 새순이 나올 무렵인 4월에 하얀 솜털 같은 새끼가 어둠침침한 고목나무 속에서 부화합니다.
 
이때부터 어미들은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비교적 긴 40여일 동안 둥지의 새끼들에게 들쥐, 다람쥐, 작은 새 같은 먹이를 공급합니다. 새끼들은 쥐 정도는 단숨에 꿀컥 삼켜버립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새끼들은 하얀 솜털이 빠지고 날개깃이 생성되면 아직 날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과감히 둥지에서 이소합니다. 갑갑한 나뭇 구멍 속보다는 사방을 관찰할 수 있는 나뭇가지가 올빼미 새끼의 생존 전략에 더 유리한 모양입니다. 이때는 앙상했던 느티나무도 연둣빛 신록으로 변해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은신처가 됩니다. 번식을 일찍 시작한 개체는 살구꽃과 배꽃이 필 무렵 둥지를 이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빼미 어미는 먹이로 유인하면서 새끼들에게 비행술을 가르칩니다. 배고픈 새끼에게 잡아 온 먹이를 바로 주지 않고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유인합니다. 날기를 주저하던 새끼들은 먹이를 먹기 위해 나뭇가지를 조금씩 이동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감을 얻고 독자적인 비행술을 학습합니다. 비행에 익숙해지면 이번엔 어미를 따라 사냥술을 배웁니다. 생후 약 6개월이 지나 올빼미 새끼들이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생기면, 어미는 자식들을 자기 영역권 멀리 쫓아버립니다.
 
야행성 맹금류인 올빼미는 낮에는 나뭇가지 속에서 충분한 잠을 잔 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몰려오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올빼미는 깃털이 매우 부드럽고 가장자리가 빗살 모양으로 되어 있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역회전 할 수 있는 날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날개짓 소리가 나질 않기 때문에 사정권에 들어온 들쥐나 작은 새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황천길로 보냅니다. 앞뒤로 갈고리처럼 2개씩 나눠져 있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작은 동물들을 단숨에 절명시킵니다. 
 
낮 동안 둥지 속에 있던 올빼미가 저녁이 되자 사냥을 하기 위해 둥지 밖으로 날아가고 있다.
 
특히 사과를 잘라놓은 듯한 모양의 평평한 얼굴 안쪽에 눈이 나란히 붙어 있어, 보는 시야가 넓을 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도 물체를 잘 식별합니다. 다만, 눈동자가 고정되어 머리를 좌우로 270도까지 돌려 주변을 살핍니다. 청각은 아주 뛰어납니다. 양쪽 귀의 위치가 비대칭으로 달려 있어 소리가 도달하는 시간차를 이용해 먹잇감의 위치를 센티미터 단위로 파악합니다. 암수 모두 35cm 정도로 몸의 크기는 같지만, 수컷은 얼굴 모양이 하트형에 가깝고 암컷은 둥근 편입니다. 
 
올빼미는 야행성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보다 덩치는 작지만 더 날렵하고 위협적입니다. 번식 중인 둥지에 접근하면 사람도 예외 없이 낭패를 당합니다. 이들을 연구하거나 둥지를 촬영할 때는 반드시 머리엔 안전모를, 얼굴엔 보호막을 둘러쓰고 두터운 옷과 장갑을 갖추어야 합니다. 한 지인은 밤에 올빼미 둥지를 촬영하다가 소리도 없이 사방에서 접근해 공격하는 올빼미 부부의 날카로운 발톱에 채여 얼굴에 깊은 흉터가 남아 있습니다. 당시 그는 얼마나 놀랐는지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내팽개치고 엉금엉금 탈출한 뒤, 그다음 날 낮에 카메라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올빼미는 밤에는 천적이 없어 거의 독무대로 전횡하지만, 낮에는 나뭇가지에서 따사로운 햇볕에 깃털을 말리며 한없이 졸기만 합니다. 이따금씩 까치나 어치들이 귀찮게 해도 강한 빛에 상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도망갑니다.
 
마을 입구 서낭당 옆 느티나무 고목 속에 해마다 새끼를 치던 올빼미도 점점 줄어갑니다. 개발에 속속 밀려 농촌이 변모하고 둥지를 틀 고목나무들이 마을에서 점점 사라지면서 이들도 인간 곁을 떠나 점점 깊은 숲속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울음소리는 음산하지만 농촌의 골칫거리인 들쥐들을 잡아먹는 1등 공신입니다. 한 마을에 올빼미 부부가 둥지를 트고 이들이 새끼들을 기르면서 하루에 10마리 정도의 쥐를 잡는다면, 6개월 동안 1800여마리의 쥐들이 소탕되는 셈입니다. 밤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올빼미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고 먹이사슬의 균형을 이루도록 올빼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합니다. 

글, 사진=김연수 생태칼럼리스트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