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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8일 17: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클로봇(466100)이상장 1년4개월여 만에 2000억원대 유상증자에 나선다. 수요예측 933.9대 1, 공모청약 1094.49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로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지만, 구독 서비스만으로는 수익성을 궤도에 올리지 못한 탓이다. 결국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인수를 통해 물류 자동화 시장으로 사업 방향을 틀려고 하지만 시장과 투자, 지배구조라는 세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상장 1년 4개월 만에 다시 손 벌린 클로봇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클로봇은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규 발행 주식 수는 549만4500주로 증자비율은 21.98%다.
클로봇은 2024년 상장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93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일반 공모청약 결과 1094.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다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게 됐다.
클로봇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는 DLS 인수 때문이다. 클로봇은 펙투스컴퍼니(펙투스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DLS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이다. 지분인수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700억원을 투입하고 인력 채용과 신규 유지 관리비에 나머지 조달 자금을 투입한다.
클로봇은 자율주행 솔루션 카멜레온(CHAMELEON)과 이기종 로봇 관제 플랫폼 크롬스(CROMS)가 주력 상품이다. 대다수 로봇 기업이 로봇 제조업을 주 사업영역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클로봇은 로봇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로 수익을 낸다.
로봇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그에 수반하는 소프트웨어 수요 증가는 클로봇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듯했다. 하지만 경쟁 소프트웨어 업체가 잇따라 등장하고, 대기업의 자체 인공지능(AI)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클로봇은 구독 서비스에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소프트웨어만으로 한계…물류산업 로봇시장 '선택과 집중'
클로봇은 IPO 추진 당시만 해도 로봇 운영에 필요한 솔루션 제공을 고도화해 사업을 궤도에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20개 이상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그해 8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4종 보행로봇 스팟(SPOT) 확산을 위한 사업 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 때문이다.
클로봇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클로봇)
하지만 아직 초기 시장에 불과한 로봇산업에서 구체적인 제품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실제 지난해 클로봇의 매출액은 414억원으로 상장 당시 제시했던 작년 매출 추정치 653억원의 63% 수준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3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4% 감소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년 연속 순유출을 기록해 기대했던 투자와 매출의 선순환 구조 정착에 실패했다.
결국 클로봇은 다수 로봇기업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구독 수익을 노리던 방식 대신, 물류산업 로봇시장이라는 특정 사업 영역에 집중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DLS는 물류센터 자동화 설계·구축을 수행하는 전형적인 SI(System Integration)사업자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용역 제공을 주요 사업으로 하면서 프로젝트 진행률에 따라 매출 인식이 이뤄지는 수주형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클로봇이 DLS를 인수한다면, DLS가 물류 자동화 시스템 전반의 구조를 설계하고 클로봇이 필요한 로봇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물류 자동화 특화 로봇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실제 DLS는 지난해 유통기업 다이소와 세종온라인센터 구축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수익성·투자자·지분구조 모두 풀어야"
결과적으로 클로봇의 유상증자는 사업 수익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클로봇에 투자한 FI의 수익실현 지연과 창립자이자 대주주인 김창구 대표이사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린다.
(사진=미래에셋증권)
클로봇의 IPO 주관을 맡았던
미래에셋증권(037620)은 2023년 프리IPO를 통해 클로봇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해당 지분은 현재까지 보유 중으로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클로봇 주식은 총 14만4665주, 전체 지분의 1.66%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종합투자계좌(IMA) 인가와 더불어 프리IPO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프리IPO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클로봇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4배 이상 오른 4만원 중반까지 올라 차익 실현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미래에셋증권의 계획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최대주주인 김창구 대표이사 지분 희석으로 인한 사업 지속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대표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15.54%로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한 지분율도 16.69%에 그친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김 대표 지분은 10%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클로봇은 유상증자를 통해 사업 수익성 안착과 사업 지속성, 투자자 수익 등 세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클로봇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플랫폼·물류·글로벌이란 검증된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적 증자"라며 "중장기적으로 실적 중심의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봐달라"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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