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못한 동백꽃…78년 제주의 한
좌파로 매도해 탄압과 학살…무고한 3만명 사망
'건국전쟁2' 등 끊임 없는 역사 왜곡 유족 '분노'
이재명 대통령 "완전한 명예 회복 최선 다할 것"
2026-04-05 14:04:59 2026-04-05 16:06:29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4·3항쟁을 두고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엄정한 책임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억울함을 풀지 못한 이 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폄훼가 이어지고 있어 역사 왜곡 근절을 위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제78주년 4·3 제주항쟁 희생자 추념일인 지난 3일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석에 유족이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폭도 지목으로 학살된 무고한 제주도민 3만명
 
사건은 1947년 3월1일 시작됐습니다. 3·1절 기념 제주도대회 후 제주 도민들이 가두시위에 들어갔고 경찰 약 430명이 경비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마경찰이 인근에 있던 한 어린이를 치고 그대로 두고 지나갔습니다. 군중들은 돌을 던지며 항의하자 경찰은 군중을 향해 총을 쐈고, 결국 제주 도민 6명이 사망했습니다. 아흐레 뒤 발포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희생자 유가족 지원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이 제주도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군정은 이를 남조선로동당(남로당) 선동으로 보고 총파업 참가자들을 좌파로 매도해 체포했습니다. 1948년 4월3일 새벽 2시 남로당 제주도위원회 350명의 무장대는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미군정은 군대에 진압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같은 해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11월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무고한 제주 도민을 '폭도'로 지목하고 학살이 자행됐다는 점입니다. 군은 마을에 불을 질러 생활 터전을 파괴했고, 갈 곳을 잃은 제주 도민들은 총·칼에 사살되거나 형무소 등으로 보내졌습니다. 군과 경찰은 남로당 무장대 토벌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아무 잘못 없는 제주 도민 약 3만명을 학살했습니다.
 
이렇게 뼈아픈 비극에도 정치권과 일부 보수 단체의 역사적 폄훼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했으며, 지난해에는 제주4·3항쟁 탄압에 앞장선 박진경 대령을 미화한 내용이 담긴 '건국전쟁2'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아버지와 외삼촌을 잃은 백경진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은 "제가 살던 동내에서 외삼촌과 아버지를 포함한 청년 8명이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외삼촌은 사흘 뒤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고문 후유증을 평생 앓았다"며 "여전히 많은 유가족들은 아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시 한 호텔에서 진행된 제주4·3항쟁 유가족과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상규명의 시작 "명예 회복에 최선 다할 것"
 
제주4·3항쟁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초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 공식 사과에 이어 2006년 4월3일 58주기 위령제에서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 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를 전했습니다.
 
후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열린 위령제나 국가 추념일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 70주년 제주4·3항쟁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이곳 제주에서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며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제주4·3평화공원과 위패봉안실, 행방불명자들의 표석이 설치된 '행방불명인 표석'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유가족과 만난 오찬 자리에선 "반인권적인 국가폭력 범죄로 제주 도민의 10%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며 "정부는 제주 4·3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제주4·3항쟁 진압 공로 서훈에 대한 취소 근거 마련, 아카이브 기록관 건립도 약속했습니다. 특히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및 소멸시효 폐지 등 엄중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지난해 1월 당시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이 통과됐지만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 발언에 백 이사장도 화답했습니다. 백 이사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국가폭력 문제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며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국가폭력 엄중 대응에 집중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계류 중인 제주4·3 왜곡 처벌법(제주4·3사건 특별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특정 단체나 정치인으로부터 제주4·3항쟁을 향한 역사 왜곡이 자행되고 있다"며 "지난 3일 4·3평화공원 인근 한라경찰수련원에서 극우 유튜버들이 역사 왜곡 집회를 열었다. 제주4·3 왜곡 처벌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제언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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