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의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은 한국에 대한 공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살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넘어 직접 한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자칫 '파병 거부'로 인해 방위비 분담금과 관세 인상 등 '청구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 무력 옆 험지에 군인 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던 중 "유럽 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일본이 하게 두자. 그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 90%를 가져온다"라며 "중국이 하게 두자. 그들이 하게 두자"고 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 황금 시간대에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서 해당 내용은 더욱 부각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동의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다"면서 "중동 지역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해협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이 촉발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동맹국에 떠넘긴 셈입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구체적 불만을 토로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유럽 주요 동맹국을 향했습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유럽 동맹국의 파병을 압박하며, 미파병 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나토가 움직이지 않자, 이제는 탈퇴까지 시사했는데요.
화살은 나토를 넘어 한국으로 직접 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4만5000명으로 과장하며 '핵 무력 바로 옆 험지'에 있다고 짚었습니다. 실제 주한미군은 2만8000명 수준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며 기여를 과시합니다. 즉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미군이 한국을 수호하고 있음에도, 이번 전쟁에서 한국이 파병에 나서지 않았다는 데 대한 불만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천문학적 '전쟁 비용' 후 청구…"머니 머신"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는 이번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이 '가치 중심'이 아니라 '거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전쟁의 첫 2주 동안 쓴 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17조원에 달합니다. 또 미국 국방부는 의회에 300조원이 넘는 추가 예산까지 요청했는데요. 1991년 걸프전 당시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걸프전에 들어간 비용 610억달러 중 70억달러만 부담하고 나머지 540억달러를 다른 나라들에 나눠 내도록 했습니다. 이때 전쟁과 직접 관련이 없던 일본과 독일, 우리나라까지 일부를 부담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긴 것처럼, 스스로 일으킨 전쟁의 비용도 '청구서'로 내밀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결국 파병이라는 형식으로 '공동 방위'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들어 안보는 물론 경제에 있어 주도권을 잡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3주 동안 이란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천문학적 비용을 쓰고 있는 현재 전쟁의 데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청구서가 발행될 전망입니다.
우선 안보 분야에서의 청구서가 촉발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24년 제12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통해 2026년 방위비를 1조 5192억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2030년까지 매년 방위비 분담금이 5%이상 증가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해뒀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국을 머니머신(부유한 국가)이라고 칭하며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 수준의 방위비분담금이 적정하다고 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무력화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협상을 마친 SMA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무역법 301조 조사를 명분으로 하는 관세 인상 압박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보편 관세'가 좌절된 상황에서 전쟁 비용을 사후 청구하는 방식으로 '비관세장벽'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파병을 했다고 보상하거나, 기존의 원자력 협정에 속도를 높여주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우선주의적 모습으로 동맹국들에 돈을 요구하는, 관세 등을 통해서 받아내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과정에는 나토와 일본 및 중국도 있는 데다, 전쟁 이후 초점은 유럽 주요 동맹국으로 향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만 콕 집었다면 모르겠지만 결국 나토 동맹국들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세와 관련해서도 "이미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한 상황에서 관세로 추가 압박을 주는 것보다, 특별법을 통한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이 최우선이 될 것"이라며 "굳이 안보와 관세 등을 통해 갈등을 유발해 투자의 속도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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