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중국의 낸드 시장 위협이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현지 낸드 공장의 설비투자를 단행했습니다. D램 대비 기술 격차가 상대적으로 좁다고 평가되는 시장인 만큼, 선제적인 투자로 격차 확대에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역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중심으로 생산라인 확충에 나서면서 한중 간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 생산라인 정비에 나섰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유휴 반도체 장비 123대에 대한 공개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기지로, 지난해 4654억원을 투입한 이후 노후 장비 교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다롄의 공장에 전년보다 52% 늘어난 4406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충북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신규 라인을 D램 중심으로 구축하는 가운데, 낸드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도 병행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양사의 투자는 YMTC 등 중국 메모리 기업의 기술 추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YMTC는 최근 294단 낸드를 탑재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C550’을 공개했으며, 300단 이상 적층한 신제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가 286단, SK하이닉스가 321단 낸드를 양산 중인 상황에서 YMTC가 기술 격차를 크게 좁힌 만큼, 경쟁력이 떨어진 저단 제품 대신 200단 이상 제품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321단 QLC 낸드. (사진=SK하이닉스)
YMTC는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의 지난해 4분기 낸드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11%로 삼성전자(27%), SK하이닉스(22%)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중국 우한시에 건설 중인 신규 낸드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점유율 추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D램과 달리 낸드에서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데에는 기술 전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2D 낸드에서 현재 주류인 3D 낸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정 구조가 크게 바뀌면서, 기존 업체들의 기술 축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후발주자인 YMTC도 빠르게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추격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입니다.
전문가들은 제품 신뢰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중심으로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확대로 B2B(기업 간 거래)에서 주목받지만, 낸드는 D2C(소비자 직접 판매)에서 여전히 수요가 높고 제품 자체가 잘 망가지는 편”이라며 “시장의 인식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프리미엄으로 본다. 이 차이를 벌리고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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