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오리온, 제과 현금으로 바이오 키워…자본 배분 시험대
25.73% 보유한 리가켐바이오 지난해 순손실 916억 기록
식품 기술 기반 바이오 사업 확장하는 티 식품사와 대조
2026-04-02 06:00:00 2026-04-0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31일 16:0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제과 사업으로 성장한 오리온(271560)이 신약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다만 장기간 연구개발이 불가피한 항암제 개발에 수천억원을 투입한 가운데, 언제, 얼마나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회사 측은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리가켐바이오(141080)가 현재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 재원을 보유해 재무적 기반이 안정적으로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오리온. (사진=오리온)
 
신약개발 바이오, 장기 투자 불가피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2024년 3월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5485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반 항암제 개발 기업이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겨냥한 유도탄'으로 불리는 차세대 항암 치료 기술이다. 오리온은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직접 신약을 개발하기보다는 유망 바이오텍을 인수해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1416억 원으로 전년 (1259억원) 대비 12%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91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일본 제약사 등에 기술 이전하며 마일스톤 수익이 일부 반영됐지만, 임상 확대에 따른 연구개발 비용 증가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약개발은 임상과 인허가 등에 수년 이상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장기 투자 산업으로, 단기간 실적 반영이 어렵다. 특히 CJ제일제당(097950)이나 대상(001680) 등 타 식품사가 자체적으로 발효·아미노산 등 기존 식품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 소재 사업을 확장한 것과 달리, 오리온의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식품사 중에서도 이례적이다. 
 
이처럼 오랜 투자가 필요한 구조는 오리온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분법 손실이 반영되면서 회사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법손실은 지난해 262억원으로 2024년 51억원 대비 414% 높아졌다. 바이오 사업이 아직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과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다.
 
 
 
투자 확대에 투자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
 
바이오 투자는 오리온 재무상황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말 개별 사업보고서 기준 오리온 현금성자산은 1616억원으로 전년말 2114억원 대비 감소했다. 그중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4년 632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12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다만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기업이 투자에 활발했다는 뜻으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공동기업투자(-300억원)와 종속기업 투자(-198억원) 항목에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이는 바이오사업을 포함한 투자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오리온그룹이 바이오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5500억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리가켐바이오 지분확보를 위해 5485억 원을 지출했고, 2024년 지난해 11월 안라이바이오로직스와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각각 78억원, 54억원을 투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하이센스바이오에 2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회사는 치과질환 치료제, 결핵 백신, 대장암 진단키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회사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투자 계획은 없다. 이미 선급금 유입 등으로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 재원이 마련돼 재무적 기반이 안정적으로 마련돼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의 바이오사업에 대해 장기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식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바이오사업은 구조적 성장 요인을 갖추고 성장률이 높아 매력적인 신사업"며 "다만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연구개발 기간이 길어 사업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영역이라 기업 입장에서는 신중한 접근과 장기적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단계며, 오리온은 대주주로서 중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기술개발 투자를 지속하며 속도감있게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보스톤 자회사를 통한 자체 임상 역량을 강화해 바이오사업을 오리온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4년 인수 과정에서, 계약 체결 시점(2024년 1월 15일)과 인수 완료일(2024년 3월 29일) 간 주가 변동에 따라 약 1437억 원 규모의 주식가치 평가차익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는 등 재무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확인된 바 있다"며 "다만 오리온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로서, 리가켐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빅바이오테크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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