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 의원(오른쪽)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제네릭 약가 인하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의약품 53.55%에서 40%로 내리는 약가제도 개선안 시행 시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산업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당 의원을 통해 나왔습니다. 약가제도 개편을 이끄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준점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결정지을 분수령은 이달 초중순께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입니다. 산업계는 건정심이 열리기 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제네릭 약가 인하로 인한 기업 수익성 악화, 고용 불안정성 확대, 연구개발 투자 위축 등의 우려를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여당 의원 지적에 기준점 검토 가능성 열어둔 복지부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쪽은 여당 의원이었습니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약 산업의 R&D 혁신을 이끌어내는 내용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했다"며 정부의 약가제도 개선안 준비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약가제도 개선안을 지적한 근거로 약제마다 다른 상항을 들고 나왔습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항생제 같은 경우는 지금도 선진국에 비해서 약가가 낮은데, 여기서 더 깎으면 아예 공급 부족이 일어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정 장관은 "항생제처럼 필수 의약품인데도 공급 부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약가 조정 기준점을 무엇으로 할지 전문가 및 실무자들과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정 장관 발언 이후 산업계 반응은 양분됐습니다.
먼저 제네릭 약가를 현행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로 일괄 인하하는 기존 방안을 고수한 채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산업계 관계자는 "약효 분별에 따라서 기준점을 달리 적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받아들여진다"며 "산업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정도의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대 의견은 산업계 반발을 고려해 정부가 일정 수준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쪽으로 기웁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의원 질의에 원론적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복지부 안에서도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달 초중순 건정심 분수령…비공개 회담서 전초전
복지부가 앞서 예고한 대로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낮출지, 산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새로운 수치를 내놓을지는 이달 열릴 건정심 소위에서 판가름납니다. 정확한 건정심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현재로선 이달 초중순께 소위를 시작으로 며칠 간격을 두고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번 건정심에서 약가제도 개선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면 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를 예고한 이후 두 번째 시도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건정심 소위에서 약가제도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소위에서 다루지 않으면서 한 차례 무산됐습니다.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는 건정심이 열리기 전 복지부와 산업계가 만나는 비공식 회담입니다. 복지부가 이 자리에서 제네릭 약가 40% 방침을 고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와 달리 산업계 입장은 명확합니다. 산업계는 복지부가 내세운 제네릭 약가 40%는 지속가능한 산업 생테계를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없는 수차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제네릭 약가가 40%까지 내려가면 매출원가 등 고정비는 유지된 채 매출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나빠지는 건 분명하다"며 "영업이익률이 10%도 넘지 않는 기업이 상당수인데 여기서 수익성을 더 깎으면 고사상태가 불가피하다"고 전했습니다.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고용 불안, 연구개발 투자 감축을 야기해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촉발될 R&D 설비 투자 위축, 이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악화 등 각종 문제들이 생기면서 결과적으로 저가의약품 생산 중단을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되고 의약품 공급망 악화, 필수의약품 수급체계 불안 등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면서 "산업 경쟁력과 보건안보 기반이 악화하면 결론적으로 국민건강권 차원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민관 협의체를 구축한 뒤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