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옵트아웃'식 집단소송법 발의 예고…'기업 죽이기' 우려도
2026-02-06 15:57:06 2026-02-06 16:16:06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옵트아웃(Opt-out) 방식의 집단소송법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대규모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실질적 구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기업이 흔들리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쿠팡 사태 계기 집단소송 도입 논의 활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집단소송법을 발의한 여야 국회의원과 19개 소비자·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제2의 쿠팡 사태 방지와 대규모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법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자리에 모인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옵트아웃 집단소송법과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쿠팡 사태 역시 집단소송 제도가 부재해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옵트아웃 방식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모든 피해자가 자동으로 집단소송에 포함돼 동일한 배상을 받는 미국식 집단소송 제도입니다. 반면 피해자 가운데 소송 참가 의사를 밝힌 경우에만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옵트인(Opt-in) 방식은 유럽식 집단소송법의 성격을 띕니다.
 
발제를 맡은 한경수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소송 주체는 대표당사자를 기본으로 하되, 소비자단체도 책임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판결의 효력이 옵트아웃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겸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자문위원도 "전 세계적으로 옵트아웃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참여율이 낮은 옵트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효적인 피해 구제 수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 손해배상 인정이 보수적인 만큼 구조적으로 가능성은 낮다"며 엄격한 요건 심사와 조기 기각 제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 집단소송을 도입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 8건이 계류 중입니다. 백혜련·박주민·차규근·한창민 의원 등은 옵트아웃 방식을 제시한 반면, 일부 의원은 옵트인 방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정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기업 내부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 배상 책임 격차의 원인"이라며 "집단소송법에 디스커버리 제도를 함께 도입해 자료 제출 불응 시 책임을 인정하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 '옵트아웃' 신호 발맞춰 4월 제정 목표
 
정부가 집단소송제 도입 방향성을 먼저 제시하면서 입법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제2차 정보보호 종합대책'에는 옵트아웃 방식의 집단소송 도입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정보보호 분야 1차 대책을 수립한 데 이어, 올해부터 관련 대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2차 대책에는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부족하고 민간 차원의 책임 강화를 유도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반영됐습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바탕으로,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외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도 분쟁조정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손해배상 판결의 효력이 소송 참여자에 한정되지 않고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미치는 미국식 집단소송 제도를 국내 소송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거쳐 도입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의 밑그림에 발맞춰 국회도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올해 4월 제정을 목표로 관련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토론회에서 "어느 때보다 집단소송법의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법무부 10대 과제에도 포함돼 있다"며 "4월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지방선거(6월) 일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조만간 제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도
 
옵트아웃 집단소송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옵트아웃 방식은 당사자가 별도로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판결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민사법의 대원칙인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집단소송법 도입이 추진됐다가 무산된 배경에도 이 같은 시장과 법조계의 반발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러한 논쟁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집계된 피해자는 총 3370만명에 달했지만, 최근 실제로 집단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1%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쿠팡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11개 로펌 가운데 수치가 확인된 9개 로펌 기준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는 48만3800명 수준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굳이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며 "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집단소송에 포함될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따로 밝혀야 하는 절차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단소송법이 기업의 경영 부담을 키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단소송법 도입 이후 진행되는 소송들은 전체 피해자가 모두 참여하면서 소송 판결에 따른 피해 보상액 규모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배상금 등) 대응할 만한 자본은 무한정 구비해둔 것이 아닌데, 소송 리스크 하나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 자본충격으로 이어져 휘청일 수 있다"고 우려의 시각을 보냈습니다. 
 
쿠팡 간판과 집단소송법 기자회견 현장. (사진=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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