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 경영진과 채무자 등을 상대로 부실 경영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상정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예보는 현재 MG손보 부실에 따른 기금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인데요.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게 법적인 문제를 포함해 응당한 처분을 내릴 방침입니다.
대통령도 지적한 MG손보 정조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해 3분기 MG손보의 부실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는 연내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예보는 2008년부터 검찰과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를 운영하며 부실 금융사에 대한 부실 책임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는 실제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경우와 자금 지원 결정이 내려진 경우에도 착수할 수 있습니다. MG손보는 예별손해보험 설립 과정에서 3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았고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예보 기금이 투입된 만큼 조사 대상에 해당합니다.
예보 관계자는 "MG손해보험 부실 책임을 묻기 위해 이미 조사에 들어갔다"면서 "책임 조사를 마친 후 결과에 따라 민·형사 소송까지 검토할 예정"고 전했습니다. 이어 "당사자 소명까지 충분히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올해에는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예금자보호법 제21조의2에 따르면 부실 또는 부실 우려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는 전·현직 임직원과 부실을 초래한 채무자, 그 밖의 제3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보는 MG손보 경영 당시 채권 관리와 보험금 지급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내부 조사 결과에 따라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예보가 부실 관련자에게 엄격히 책임을 묻는 이유는 공적자금 회수와 책임 규명을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예보 기금은 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이 예금자 보호를 위해 납부하는 보험료로 조성됩니다. 국민이 직접 세금으로 부담하는 재원은 아니지만 금융권 전반에서 마련되는 자금인 만큼 사실상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이 핵심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필수 절차가 생략됐는지,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대출을 집행했는지 등 법령이나 정관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적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단순한 경영 실패나 부실로 판단될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채무자 범위에는 부실을 초래한 채무자와 부실 금융사로 지정된 이후에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까지 포함됩니다. 채무자에 대한 책임 추궁 역시 불법행위 입증이 관건입니다. 상환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대출 심사 과정에서 허위 사실로 금융사를 기망한 정황 등이 확인돼야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성실한 상환 의지를 갖고 있었음이 인정될 경우 책임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MG손보 부실 책임을 직접 지적한 만큼 부실 관련자들이 책임 추궁의 화살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회사(MG손해보험)가 충분한 충당금이라던지 자금이 부족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유재훈 전 예보 사장은 "순자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추정치로 수천억원(손실액)은 각오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MG손보는 수천억 원을 예보에 떠넘기고 아무 책임도 안 지면 끝이냐. 만세 부르고 집에 가면 끝이냐"고 지적하자 유 전 사장은 "예금보험공사 내에 책임자 조사 기능이 있고 민·형사상 소송까지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재훈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MG손해보험 부실 책임에 대해 지적하자 "예금보험공사 내에 책임자 조사 기능이 있고 민·형사상 소송까지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대답했다. 사진은 유 전 사장이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부실책임조사 400건
예보가 실제로 부실 금융사를 대상으로 책임을 물은 사례는 400건에 달합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총 1조5132억원 규모의 재산을 회수했으며 부실 관련자의 은닉자산도 제보를 통해 약 900억원을 환수했습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 당시 발생한 부실과 관련한 책임 추궁 사례가 가장 많았습니다. 예보는 2011년 이후 부실화된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 등 부실 책임자 300여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수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확정받고 이를 회수한 바 있습니다.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 판례도 19건에 달합니다. 혐의가 인정된 사례는 △담보물을 과대평가해 부당 대출이 실행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경우 △담보대출을 신용대출로 전환한 경우 △일부 대출금을 상환하는 대가로 나머지 대출금을 면제해준 경우 △대출 부적격 업체에 대출을 실행하고 만기를 연장해준 경우 △대출 신청인의 채무상환 능력 등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한 경우 등입니다.
예보는 부실 책임 조사 과정에서 부실 관련자와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인물들로부터 소명을 받습니다. 이후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금융부실책임심의 실무회의에서 심의를 진행하며, 이때 부실 관련자는 실무회의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밝힐 수 있습니다. 실무회의를 거친 사안은 금융부실책임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최종 판단이 이뤄지며 사장 보고와 심의 결과 통보 절차를 밟게 됩니다. 부실 관련자는 심의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새로운 증거를 제출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예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리한 부실 금융사를 상대로 건건이 조사를 해왔다"며 "부실 책임 조사, 결과 확정, 손해배상청구소송, 형사소송 순으로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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