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복원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됩니다.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이뤄졌던 한한령(중국 내 한국 문화 콘텐츠 제한 조치)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고 한중 기업 간 경제협력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까닭입니다. 다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중 패권 경쟁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줄타기 전략’도 여전히 중요한 국면입니다.
5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국내 기업 대표들이 기념 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은 LS홀딩스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 회장,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SK·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재계 수장들은 방중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양국 간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 발굴에 나섰습니다.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과 안정적 발전에 뜻을 모았던 만큼 양국 기업 간 실질적 협력과 경제 활성화의 발판이 마련된 데 따른 것입니다.
실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국내 기업인들과 니전 중국에너지건설그룹 회장, 리둥성 TCL과기그룹 회장, 정위췬 CATL 회장 등은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업 간 교류 확대 필요성에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날 최 회장은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되는 아주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며 “흔히 한중 관계의 방향을 논할 때 구동존(작은 차이는 존중하되 공통의 목표와 이익을 우선적으로 모색하자는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 좋은 성장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중 해빙 무드로 주요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운용 효율화를 위해 지난 2018년 톈진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광둥성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과 PC 공장인 쑤저우 생산 라인을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본사와 샤오미의 베이징 자동차 공장을 찾아 전장 관련 협력을 논의하는 등 전방위적 경영 행보에 나서면서 중국 기업 간 교류와 시장 공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오후 베이징 내 징둥몰을 방문해 삼성전자 플래그십을 방문하며 현장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SK의 경우 최근 박성택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중국 사업 컨트롤타워인 SK차이나 사장에 영입했습니다. 중국 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장쑤성 우시 공장과 랴오닝성 다롄 공장에서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24년 중국 배터리 사업 법인인 자회사 ‘블루 드래곤 에너지’를 청산하고 SK지오센트릭과 중국 시노텍이 합께 설립한 중한석화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인 만큼 SK 차원의 리밸런싱(사업 재편)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한령으로 타격이 컸던 현대차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2016년 중국에서 연간 18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봤지만 사드 배치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2024년 점유율은 0.65%(판매량 20만4573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한중 관계 개선에 환영을 표하며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정 회장은 “한중 정상회담으로 양국의 관계가 개선되면 현대차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중국 내에서 생산과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업 간 업무협약 체결 등 가시화된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역직구 시장 확대를 위한 파트너십 공고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신세계가 발굴한 국내 우수 상품을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시장에 선보여 5년 내 연간 1조원 이상의 역직구 거래액을 달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자율주행 기업 에스더블유엠(SWM)은 중국 레노버와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며 거성산업은 중국 BF 나노테크와 함께 발전소·수처리 분야 나노 재료 공장을 설립, 친환경 분야 제3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한중 FTA 2차 협상 등에 대한 진전을 기대하면서도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축출 여파와 관세 부과 유예 움직임 등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 원유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였던 만큼 양국 간 힘겨루기 양상이 재개될 수 있어섭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자원 공급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남미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 중”이라며 “중국의 대응 수위에 따라 미중 무역 관계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저가 공세로 배터리나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의 부문에서는 경쟁도 치열하다”며 “미국 정책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있어 (당장 중국향 사업을 확대하기엔) 상황을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5년 발효된 한중 FTA는 상품 중심이었으나, 2단계 협상이 타결되면 금융·통신·문화·법률 등 서비스 분야와 투자 영역으로 시장 개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제사절단 동행을 통해 경제협력과 교역 수혜도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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