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개인의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 가까이가 손실을 보고 있지만, 증권사는 해외투자 열풍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2조 가까운 수수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위법·부당행위가 적발될 경우 현장검사 착수 및 최고 수위의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금감원은 19일 이달 들어 해외투자 거래 상위 증권사 6곳과 해외주식형 펀드 상위 운용사 2곳을 현장점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점검 결과 올해 8월 말 기준 개인 해외주식 계좌의 49.3%가 손실 계좌였으며, 계좌당 평균 손익도 전년 4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급감해 수익성 악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 파생상품(선물·옵션) 투자에서도 개인의 손실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5년 1~10월 해외 파생상품 거래대금이 7232조원에 달했음에도 개인 투자자는 3735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구조적 손실 구도가 고착화된 양상입니다.
투자자 절반이 손실을 보는 사이 증권사의 해외 관련 수수료 수익은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습니다. 2025년1~11월 주요 12개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9505억원으로 2021년(7572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해외투자와 연계된 개인 대상 환전수수료 수익도 같은 기간 452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 등 해외투자 고객 유치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거래금액 비례 현금 리워드, 신규·휴면 고객 매수지원금, 수수료 전액 면제 등 공격적인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실시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는 애플·테슬라 등 인기 종목 1주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하며 거래를 자극했습니다. 여러 증권사는 영업점·본점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해외주식 실적과 수수료 수익을 별도로 반영해 해외투자 중심 영업을 독려했고, 일부는 관리부서 KPI에까지 해외투자 실적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점검에서 법상 금지된 해외주식 신용융자(빚투)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환율 변동, 시차에 따른 권리 지급 지연, 과세체계 차이 등 해외투자 특유의 리스크에 대한 안내는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최초 계좌 개설 시 약관을 통해 일회성으로 위험을 고지했으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화면을 통한 상시 경고 및 안내를 강화한 곳은 일부에 그쳤습니다.
금감원은 이번 실태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부터 증권사 대상 현장검사에 즉시 착수하고, 위법·부당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외주식 영업 중단 등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특히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광고, 투자 위험에 비해 과도한 권유, 설명 부족 등이 드러나면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해외투자 중심 영업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2026년 3월까지 거래금액 비례 현금 리워드, 매수지원금 및 주식 1주 제공 등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전면 중단하도록 하고, HTS·MTS 팝업 등을 통해 해외투자 리스크 안내를 강화하도록 업계에 요구했습니다. 또 2026년도 사업계획에서 해외투자 관련 이벤트·광고·KPI를 과도하게 설정하지 않도록 자제시키는 한편, 과당매매를 유발하는 비례 이벤트는 협회 규정 개정을 통해 2026년 1분기 중 제도적으로 금지할 계획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