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SK온이 국내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연간 3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시설을 국내에 건설하는 것으로, 이는 SK온의 국내 첫 LFP 배터리 생산라인이자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국내에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정부 발주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SK온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SK온)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 증설 중이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시설을 ESS 전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완공되면 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40~50곳에 ESS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ESS 프로젝트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데이터센터 설치를 위해 전국 단위 ESS 설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내년 물량 공급을 위한 1차 입찰은 지난 7월 마감됐고, 2027년 공급을 위한 3.3GWh 규모의 2차 입찰이 진행 중입니다.
주목할 점은 정부 입찰 평가에서 국내 생산시설 보유 여부가 중요한 점수 항목이라는 사실입니다. 국내에 공장을 세워야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SK온은 1차 입찰에서 국내 생산 기반 부재로 단 한 곳도 수주하지 못한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에 국내 최대 규모 공장을 내세워 2차 입찰에서 최대한의 수주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입니다.
SK온은 최근 ESS 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습니다. 기존 ESS사업실, ESS솔루션·딜리버리실 2개 실에 ESS운영실, ESS세일즈실을 추가해 대표이사 직속 4개 실 체제로 재편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ESS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GWh ESS 생산 체제를 국내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삼성SDI도 국내 대상 LFP ESS 라인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8년까지 138GWh의 ESS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누적 사업 규모는 20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10년간 내놓을 ESS 물량이 20조원 규모라며, 초기 입찰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이 향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SK온은 서산 공장을 단순 생산시설을 넘어 신제품과 신공정을 개발하는 마더팩토리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서 먼저 제품과 공정을 개발해 생산 수율을 안정화한 뒤 이를 해외 공장에 적용하는 전략입니다. 특히 한국은 배터리 업체와 소재·부품·장비 회사 간 협업 밸류체인이 잘 구축돼 있어 이러한 전략에 유리하다는 평가입니다.
한편,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뛰어나 ESS용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LFP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관련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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