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도 안 됐는데…트럼프, '조기 레임덕' 경고음
지지율 30%대 추락 속 선거 연패에 정치적 상징 붕괴
고물가·의료비 부담에 경제 평가 최저…“감각 잃고 정점 지나”
국내 막히자 ‘외부의 적’ 부각…중간선거 앞 레임덕 현실화 우려
2025-12-15 14:58:31 2025-12-15 15:17:37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조기 레임덕' 경고음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의료비·주거비 상승 등 민생 지표가 악화된 데다, 주요 지방선거에서 연패가 이어지면서 정치적 입지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정치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관세·외교 갈등 등 이른바 '외부의 적'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키우며 역풍을 부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주요 언론과 월가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권력의 정점을 이미 지난 것 아니냐",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국정 장악력 약화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백악관이 크리스마스 리스로 장식돼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안방'에서 무너진 정치적 상징…트럼프, 내년 선거 '비관'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1월에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 결과를 낙관적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들어냈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역사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조차 중간선거에서는 패배했다"며 "통계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현실을 인식한 발언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감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이달 9일 치러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입니다. 민주당 후보 아이린 히긴스가 공화당 후보를 19%포인트 차로 누르며 압승했습니다. 공화당 텃밭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권력 중심지'로 불려온 마이애미에서 민주당 시장이 탄생한 것은 1997년 이후 약 30년 만입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이번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과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했던 경제·이민·범죄 이슈가 이제는 반복하기 어려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디언>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트럼프에 대한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지각 변동'(seismic shift)"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중심지가 그에게 경고를 보냈다는 평가입니다.
 
같은 날 치러진 조지아주 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공화당은 패배했습니다. 이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승리했던 곳입니다. 여기에 뉴욕시장 선거,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까지 포함하면 최근 주요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사실상 연전연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1년가량 앞둔 시점에서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마린원을 타고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UPI 연합뉴스)
 
민심의 핵심은 '경제'…지지율 36%, 경제 평가는 31%
 
정치적 패배의 배경에는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6%로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1%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이민정책(38%), 외교·무역정책(43%)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 '경제 대통령' 이미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대목입니다.
 
실제 체감 경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식료품 물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누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일부 물가 지표 공백이 발생했음에도 소비자 부담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바마케어(건강보험) 보조금 연장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서 내년부터 약 2000만명의 의료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게 정치적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정치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다시 외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문제를 외부 세력 탓으로 돌리고, 이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금융시장과 월가의 시선 역시 냉정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가 이미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고 직설적으로 물었습니다. 잇따른 지방선거 패배와 당내 균열, 정책 추진력 약화를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는 감각을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여론 변화와 불길한 징후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레임덕 상태는 국내 정책 전반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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