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끝에 역제안…치열했던 '16일간' 전쟁
막판 핵연료 재처리 문제 '부상'
미국 정부 부처 내 이견도 '변수'
2025-11-16 16:57:12 2025-11-16 20:03:3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의 관세·안보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발표되기까지 양국은 2차 정상회담 이후 16일간 치열한 물밑 전쟁을 벌였습니다. 당초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2차 정상회담이 끝나고 2~3일 안에 팩트시트가 발표된다고 했지만, 양국이 세부 문구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간이 지체됐는데요.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종 합의안을 이끌어내는데 한국 정부의 유일한 힘은 '버티기'였습니다. 한국이 보유하려는 핵추진 잠수함에 연료를 제공하는 것을 두고 미국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한국 정부가 기존 합의 문안대로 확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알리며 미국 정부를 설득한 끝에 타결이 이뤄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팩트시트 발표 지연…이 대통령 "최대무기는 버티는 것"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의 어려움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글자 하나, 상한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비자발적 협상을 하는 상황에선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국내 정치권의 성급한 압박이 오히려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는 점도 털어놨습니다.
 
당초 정치권에선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팩트시트 발표가 11월 첫째 주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미 회담 닷새 뒤인 지난 3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번 주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발표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발표 1~2분 전까지도 이견 조율…미 정부 연쇄접촉 통했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 협정'과 관련한 사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변수가 생겼습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는데요. 실제로 한·미 양국은 팩트시트 발표 1~2분 전까지도 원자력 협정과 관련한 이견을 조율할 정도로 막판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안보 분야는 모든 내용이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때 완벽하게 합의됐다"며 "바꾸려고 시도한 게 있다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부분이고, 추가된 게 있다면 핵잠수함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 부처 내 이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상무부와 에너지부를 비롯한 핵 비확산 관련 부처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지난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미 간 이견보다는 미국 정부 기관 간 다툼이 팩트시트 조율 과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팩트시트 발표가 미국 정부 내 이견으로 지연되자 미국의 국무부·국방부 등과 접촉해 기존 합의 문안대로 확정할 것을 설득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2일(현지시간) 캐나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조속한 팩트시트 발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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