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무학, 보유 현금 ELS에 묻고 자사주는 EB 발행…'꼼수 논란'
6개월 만에 금융자산 2396억원 대폭 늘려
자사주 소각 피하고 유동성 확보 위한 수단
발행가액 9319원으로 27일 종가 보다 높아
2025-10-30 06:00:00 2025-10-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8일 11: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경남 최대 향토주류 기업 무학(033920)이 상법 개정을 앞두고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최근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기업들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소각으로 인한 자본 감소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특히 무학은 올해 상반기에만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을 2400억원가량 늘리면서 보유 현금을 대부분 주가연계증권(ELS)을 운용하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자사주로는 EB를 발행해 소각으로 인한 자본 축소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무학 홈페이지)
 
현금자산 ELS에 투자하고 자사주는 EB로 유동화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이 최근 10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창원2공장 내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무학 연수원을 신축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EB는 투자자에게 일정 기간 이후 자사주 또는 타법인 주식 등 기업이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사채다. 주가가 교환가에 미치지 못하면 교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발행 회사는 만기 때 원금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이 경우 교환 대상이었던 자사주는 소각되지 않고 회사가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사주는 '소각 의무 대상'이 되면서 현금 유출과 자본 축소가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이에 최근 상법 개정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EB를 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상대적으로 자본이나 재무 상태가 열위한 코스닥 상장사들이 EB를 발행해왔지만 최근에는 태광산업(003240) 광동제약(009290) 등 코스피 상장사들로 주체가 확대되고 있다. 
 
무학 역시 코스피 상장사인데다 보유한 총자산이 매년 확대되는 추세라 눈길을 끈다. 최근 3년간 무학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22년 296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현금성자산은 2023년 304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지난해에는 2503억원을 기록하며 약 8배 이상 자산이 늘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4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크게 줄었다. 이는 ELS를 구매하면서 회계상 자산이 장기금융자산으로 계상된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6월 말 장기금융자산은 4443억원으로 지난해 말 1736억원 대비 약 2707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1년 이내인 ELS 등 수익증권은 단기금융상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만기가 3년이거나 1년 이상일 때에는 장기금융상품 또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3년 만기 일 때는 일반적으로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올해 상반기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의 처분으로 3300억원을 유입했고,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의 취득으로 5696억원을 사용하면서 전체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을 반기만에 2396억 늘렸다. 
 
 
기존 주가보다 높은 발행가액에 희석 우려 '완화'
 
무학은 기존에 보유하던 현금성자산을 ELS를 통해 불리는 한편, EB를 발행해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자본 축소를 피하고 자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EB 물량이 시장에 대량 유입될 경우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무학이 교환사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지난 17일 종가는 7860원으로 전일(7970원) 대비 소폭 하락했다. 20일에는 7560원까지 떨어졌으나 22일부터는 8000원대로 회복했다. 27일 종가는 8130원을 기록했다. 
 
EB 발행 공시 직후에는 자사주 유통 확대 우려로 주가가 소폭 하락했지만, 교환가액이 시장가 대비 높은 9319원으로 책정되면서 희석 우려를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1일부터 23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매량이 각각 2만2090주, 10만3502주에 달했다. 24일에는 기관이 1만7419주, 외국인이 1만3181주를 순매도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무학은 직원 연수원을 신축해 수도권 확장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무학은 지난해 3월 출시한 '좋은데이 부산갈매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1500억원대 외형을 회복했다. 부산갈매기는 국산 헛개 농축액을 첨가한 부산지역 한정 제품으로 도수는 일반 소주 보다 높은 19도로 출시됐다. 이에 2023년 직전년도 대비 4.06% 감소하며 1466억원으로 내려왔던 매출액은 지난해 3.75% 성장하면서 1521억원으로 회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11%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재차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76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785억원) 대비 3.06% 줄었다. 영업이익은 104억원에서 72억원으로 30.77%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률은 9%대로 추락했다. 다만, 올 상반기 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1.4%, 8.7%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무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노후 시설 개선과 인재 육성 등을 통한 수도권 시장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EB를 발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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