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설, 혐중 시위 그리고 시진핑 실각설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가짜뉴스든 뭐든 '믿으려는 의지'가 넘친다
2025-10-28 06:00:00 2025-10-28 06:00:00
'요도호 납치 사건'을 다룬 화제의 블랙코미디 영화 <굿뉴스>는 그럴듯한 가짜뉴스는 '일어난 사실-약간의 창의력-믿으려는 의지'로 만들어진다고 통찰했다. 
 
지난여름 한국을 뜨겁게 달군 '시진핑 실각설'은 그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복수의 중화권 전문가들', <자유시보> 등 중국 밖 대만 매체들이 올해 초부터 시진핑 실각설을 내놓기 시작했다. 6월 말에는 마이클 플린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 출신이라는 권위 아래 중국 공산당 내 권력이 교체되고 있다고 주장하자 대만 <자유시보>가 이를 받아 보도했다. 이어 <뉴욕포스트>가 "시 주석이 8월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버뮤다 대사 출신 그레고리 슬레이턴의 기고를 실었다. 
 
이들도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군 서열 5위로 중국군 인사를 총괄하는 먀오화 중국 중앙군사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과 군 서열 3위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당·군적이 박탈됐다. 두 사람 모두 시진핑 주석의 푸젠성 인맥인 '푸젠방(福建幇)'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일대 사건임은 분명했다. 이들은 이 사건을 "당과 군의 권력은 후진타오 전 총서기, 원자바오 전 총리 등 공산당 원로와 장유샤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 등 반대파 군부에게 장악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3월에는 중앙정치국원으로 1억 중국 공산당원의 인사를 책임지는 리간제 당 중앙조직부장과 역시 정치국원인 스타이펑 중앙통일전선공작부장이 서로 보직을 맞바꾸기도 했다. 중앙정치국원 간 자리 맞바꿈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타이펑이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를 놓고 한때 시진핑과 경쟁했던 공청단계 리커창 전 총리의 베이징대 법학과 1년 후배라는 점을 놓고, 중국 공산당 인사가 공청단계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시 주석의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불참이 겹쳤다. 2013년 집권 이후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브릭스 회의에 참석해왔는데,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지난 5월 당 원로와 퇴역 군 장성들까지 참석한 공산당 정치국 비밀 확대회의가 열려 다음 중국공산당 '4중 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퇴진을 공식 결정하기로 했다는 '예언'이 넘쳐났다. 
 
결국 '국내 유튜브들을 거쳐 주류 언론까지 이를 다루면서 '시진핑 실각설'이 들불처럼 번져갔다.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권력자로 등장해 '시황제'라는 별칭까지 얻은 시진핑이 정말 몰락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전문가들을 넘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국경절) 76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국 국경절은 1949년 10월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사진=뉴시스)
 
시진핑 몰락 확인 무대가 될 거라던 '4중 전회'…오히려 4연임에 무게 실려
 
이들은 중국공산당 20기 '4중 전회'(2022년 20차 당 대회 이후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시진핑의 몰락이 분명하게 확인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당이 국가를 지도하는 당-국가 체제다. 당이 국가보다 '훨씬' 중요하다. 군대도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당의 군대일 정도다. 그래서 음모론자들도 당 '4중 전회'를 강조한 것이다. 
 
마침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 '4중 전회'가 열렸다. 시 주석의 당내 영향력과 권위는 요지부동이었다. 당 중앙위원회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전면적으로 관철", "시진핑 강군 사상 관철"을 강조했다. 
 
후계에 대한 신호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2년 뒤인 2027년 열리는 제21차 당 대회를 고려할 때 4중전회가 후계자감을 지목할 수 있는 유력한 무대였으나, 실각은커녕 오히려 4연임에 무게가 실렸다. 
 
애초 '시진핑 실각설'을 보도한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에서 집중적 탄압을 받고 있는 파룬궁 관련 '에포크타임스'나 엔디티(NDT) 등이었다. 마이클 플린은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다가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접촉 논란으로 단명한 인물로,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의 추종자로 알려져 있다. 그레고리 슬레이턴의 기고를 실은 <뉴욕포스트>는 황색언론으로 유명한데, 2024년 7월에 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쏜 총격범이 중국인이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24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 전회) 관련 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중국 위기론 피크차이나-시진핑 실각설-대만 침공설로 나타난다"
 
『중국의 통치 체제』 3부작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부작을 쓴 중국 통치 체제 전문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위기론은 경제 분야에서 피크차이나, 정치에서는 시진핑 실각설, 군사에서는 대만 침공설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중국 위기론은 외교적으로는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수로 나온 단순 오보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분명한 의도로 '창의력'을 발휘해 '생산'하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2020년 초에 휘몰아쳤던 '김정은 건강 이상설·사망설'도 그런 것이다.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직접 나서면서 '시진핑 실각설'보다 훨씬 심각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정은이 지난 주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어떤 '북한 전문가'는 '중국 고위 관리'에게 들었다며 "중국의 의료진이 비밀리에 급파됐고, 이들이 아직 북한에서 계속 치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이 원산에 머물면서 정상적으로 집무를 하고 있다. 원래 이런 정보 상황은 공개하면 안 되지만, 사망설이 너무 극심해 밝힌다"는 말까지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최근 중국 대사관이 있는 명동의 밤을 어지럽히다 못해 서울 대림동 등 중국 동포들의 밀집 거주 지역까지 파고든 혐중 시위는 또 어떤가.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이 80만명에 달하고 그중 80%가 중국인이다", "건강보험료는 국민이 내고 혜택은 외국인이 가로챈다", "왕서방들이 살지도 않으면서 월세를 받아 가는 사이 서민들 내 집 마련 꿈은 스러져가고 있다"는 헛소리들이 횡횡한다. 
 
가짜뉴스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북한을, 중국을 약화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뭐든 '믿으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그래서 위험하다. 윤석열은 이를 기반으로 12·3 내란을 벌였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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