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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4일 17: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오토에버(307950)가 디지털전환(DX)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회사는
현대차(005380)그룹 내 IT 통합 관리와 내부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져왔지만, 최근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DX 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DX 전문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오토에버의 이 같은 도전이 그룹 내 IT 서비스 제공사에서 벗어나 제조·물류·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DX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현대오토에버 홈페이지 갈무리)
상반기 매출 94%가 ‘내부거래’서 발생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올 상반기 매출 1조8751억원 가운데 1조7662억원(94.2%)을 그룹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로 창출했다. 특수관계자 매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000270)가 차지하는 비중이 36.4%에 달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처럼 매출의 대부분이 그룹사 수요에 맞춰 발생하는 수익구조가 고착화 된 만큼 향후 그룹사 발주가 줄어들 경우 현대오토에버 실적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이에 현대오토에버는 단일화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시장 등 고객사 다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회사는 북미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법인과 딜러, 물류 파트너를 주요 고객으로 삼아 커넥티드카 플랫폼, 스마트 물류 시스템, 클라우드 기반 차량 관리 솔루션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현지 데이터 규제 대응과 사용자 경험(UX) 현지화에 집중하며, 미국 내 IT 아웃소싱 및 커넥티드카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최근 1년간 북미 매출은 약 60% 증가하며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SW) 사업 부문 수주가 크게 확대됐다. 북미 법인에서는 현대차·기아·모비스 신공장 인프라 구축, 차세대 고객센터 시스템 및 SW 공급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오토에버는 현지 산업 환경에 맞는 맞춤형 DX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또 북미 지역에 구축한 통합 제조운영시스템(MES)과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을 독립된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유럽시장에서는 완성차 및 이차전지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팩토리 기반의 생산·품질·데이터 관리 통합 솔루션 ‘네오팩토리’를 제안하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유럽 고객 대상 프로젝트는 공장 자동화, 품질 모니터링, 머신비전, AI 비전 시스템, 로봇 연계 등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통해 전년 대비 매출이 29% 이상 증가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자체 개발한 DX 플랫폼 ‘네오(NEO)’와 스마트 디지털 팩토리(SDF) 솔루션을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품질 분석, 에너지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엄격한 정보보안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모빌리티 보안 분야 최고 수준인 TISAX AL3 인증도 획득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매출 증가세…‘내수형 IT기업’ 넘어 글로벌로
이러한 글로벌 DX 사업 확장의 성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오토에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4.3%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미국법인은 전년 대비 36.7% 증가한 2753억원, 유럽법인은 39.6% 증가한 14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내부 수주 확대뿐 아니라, 북미·유럽 공장 증설 투자에 따른 외부 고객 대상 DX 사업 확장의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공급하는 회사가 사실상 현대오토에버밖에 없어 그룹 내 매출 비중이 높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다만 정보기술운영(ITO)이나 시스템통합(SI) 사업 부문 등에서는 외부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동남아 지역에 내비게이션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사업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외부 매출 비중이 당장 크게 늘어나긴 어렵지만, 다양한 협업과 프로젝트, 신규 고객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 이러한 노력이 향후 수치로도 점차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안정적인 그룹 내 수주를 기반으로 외부 글로벌 매출을 확대할 경우, ‘내수형 IT기업’에서 ‘글로벌 DX 전문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현대차그룹 계열향 매출 비중이 압도적인 상태이지만, 해외 사업 확장세가 속도감 있게 커지는 만큼 글로벌 매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어 글로벌 DX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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