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에서 친윤(친윤석열)까지, 역대 정부마다 강성 지지층에 의한 폐해는 반복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심과 괴리가 큰 강성 지지층은 계파 중심 정치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 개혁의 적기마다 민심 이반으로 '개혁 동력'이 상실됐습니다. 이재명정부의 경우 당선 이전부터 시작된 개딸의 과도한 영향력이 집권 초기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입니다. 당·정·대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전 정부들의 오판이 반복된다면 정책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엔 총회와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딸 영향력 확대…역대 정권마다 '폐해'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딸(여권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에 의한 폐해는 당·정·대 관계는 물론 '2026 지방선거'에까지 전방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는 추석 연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발언으로 드러납니다. 우 수석은 지난 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대통령의 생각을 (여당에) 전달하면 당이 곤혹스러워할 때가 있다"면서 "민주당의 입장이나 취지에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속도나 온도에 차이가 난다"고 밝혔습니다.
우 수석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의 결정에 대해 '당이 왜 저런 결정을 내렸나'라고 자신에게 묻는다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이 '당에 간섭하지 않다 보니'라는 전제 조건을 깔았지만, 이는 사실상 당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원팀'으로 집권 초기 개혁 과제를 완수해 가야 하는 상황에서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당·정·대의 이 같은 엇박자가 드러나는 건 개딸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개혁이 대표적인데요. 과도하게 개딸의 눈치를 보고 있는 당과 '조용한 개혁'을 통해 완성도 있는 개혁을 추구하는 대통령실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내년 예정된 '2026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개딸 이슈에 매몰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전현희·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무대로 검찰 개혁과 조희대 대법원장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지방선거를 목표로 개딸에 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현상은 과거 정부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습니다. 헌정사상 첫 파면이라는 오명을 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은 '친박'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최대 주류였던 친박은 권력의 심장부에 있었지만,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할 만큼 '박근혜 마케팅'에만 몰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박 중심의 정치는 '최순실 게이트'를 방치했고,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퇴임 때까지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강성 지지층의 팬덤 문화가 더욱 강력해진 시기였습니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의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 그리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지지층의 압박은 민심과 큰 괴리를 보였습니다. 특히 '입법 폭주'는 2021년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지며 '여당 심판'이 실현됐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낮은 지지율에도 중도 확장보다, 특정 지지층에만 기댄 채 정책을 펼쳐왔다는 겁니다. 당시 정부는 거센 반대에도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했고,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됐습니다. 결국 민심을 외면한 정책 강행은 12·3 비상계엄 포고문에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 처단'이라는 비극으로 귀결됐습니다. 또 특정 정치세력에 치우친 '뉴라이트 인사'는 정권의 몰락을 앞당겼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도 이탈 '조짐'…강경 노선 '탓'
당·정·대가 엇박자 나는 사이,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날 공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 여론조사 결과(13~17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서도 추이는 비슷했습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같은 조사기관의 직전 조사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부정 평가도 43.3%에서 44.9%로 1.6%포인트가 상승했습니다.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 조사(16~17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민주당이 46.5%, 국민의힘 36.7%로 각각 조사됐습니다. 직전 조사에서 민주당은 47.2%, 국민의힘 36.7%였습니다.
취임 후 최저치도 나왔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17일 공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9월 셋째 주 60.0%를 기록했던 이 대통령 지지율은 54.0%까지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부정 평가는 31.0%에서 35.0%로 상승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9%로 나타났는데요. 대통령 지지율과 15%포인트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차이를 보이는 건 중도층이 핵심인데요. 중도층 지지율 격차는 17%포인트에 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흐름에 대해 민주당의 '강경 노선'이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특히 국정감사 동안 뚜렷해지고 있는 민주당의 강경 노선은 중도층의 이탈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하락세는 집권 여당의 지원이 절실한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뼈아픈 대목입니다. 결국 당·정·대의 '원팀' 기조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하락세의 여파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만약 당·정·대가 강성 지지층인 개딸에 계속해서 흔들린다면 이전 정부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