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타결을 목표로 하는 한·미 관세 협상이 7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 협상단은 방미 기간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의견에 대해 양측이 의견 일치를 봤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계기로 APEC 정상회의에서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될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다만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어 APEC 정상회의까지 남은 10여일이 한·미 후속 협상의 최종 시한이 될 전망입니다.
김용범(오른쪽)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부분 의견 일치…APEC 계가 타결 가능성"
1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한·미 관세협상을 위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김 정책 실장은 이날 귀국 후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방미 이전보다 (협상이) APEC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대부분에 있어 의견 일치를 봤지만 쟁점이 아직 한두 가지가 남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쟁점을 귀국해 우리 부처와 심도 있게 검토를 해서 우리 입장을 추가적으로 전달하고 추가적으로 또 협상을 해야 된다"며 실무 차원의 추가 협상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7월 말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직후에도 양국은 최종 합의까지 도달하지 못했는데요. 최근 3500억달러 전액 투자 '불가'라는 배수진을 친 우리 정부 입장을 미국 측이 '이해'하면서 협상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김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미국 측 무역 협상 '키맨'에 해당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을 2시간 넘게 만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구성 방식을 논의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만나 '선불' 요구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측의 수정안을 미국이 얼마나 받아들였는지는 불명확한 상황입니다. 김 정책실장은 러트닉 장관과의 협상 직후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했다"고만 짧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제 남은 기간 관건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에서 현금 투자 비중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줄여나가느냐에 달렸습니다. 미국은 투자처를 직접 정하고 투자금 회수 뒤 수익의 90%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역시 거듭해서 '선불'을 언급하며 협상의 최전방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김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외환 시장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미국이 충분히 이해했고, 감내 가능한 범위와 상호 호혜적 결과에 대해서 상당 부분 이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협상이 합의문 문안 조율 단계라는 분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요구 입장이 변함없다는 신중론이 공존합니다. 결국 '원화 기반 통화스와프' 방안이나, 10년에 걸친 분할 투자 방안 등 우리 측의 '방법론'이 트럼프 대통령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스코틀랜드의 턴베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 총출동…골프 '측면 지원'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지원사격'도 주목됩니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대만 기업 대표들과 함께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에서 한나절가량 골프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행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참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국 주요 재벌기업 총수들이 단체로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에 나선 건 유례가 없는 일인데요. 어떤 기업 총수들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딩에 나섰는지 확인은 되지 않지만, 경기를 전후로 하는 식사 시간 혹은 휴식 시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반도체와 자동체, 조선 분야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및 관세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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