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임종룡, 내부 경쟁자 부재…키워드는 '정권 코드'
2025-10-17 14:47:37 2025-10-17 17:06:06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내년 초 만료되는 가운데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초임이라 장기집권 이슈가 없는 데다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내부 경쟁자가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 연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인데요. 다만 정권 교체기에 외풍에 흔들렸던 학습 효과로 현 정부와 정권 코드 맞추기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회장감' 내부 후보군 전무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3월까지입니다. 지난 2023년 말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나 은행은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에 앞서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에 착수해야 합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말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회추위는 11월 말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을 추린 뒤 12월 초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최종 확대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종 후보는 이사회의 적정성 심의를 거쳐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승인됩니다. 
 
내부 경쟁 구도면에서는 진 회장의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하지 않고 초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전례가 없고, 내부 후보군에서 '회장감'이 없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신한금융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현 회장을 비롯해 '육성 후보군'(그룹 임원, 자회사 CEO), '퇴임 후보군' 등으로 이뤄진 내부 후보군(8명)과 외부 전문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외부 후보군(13명) 등 20여명의 승계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내부 후보군에는 신한금융의 계열사 가운데 핵심 자회사로 꼽히는 6곳의 CEO가 이름을 올립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등입니다. 2027년 3월까지 임기를 받은 정 행장보다 3~4년 연배가 낮은 데다 파격 승진으로 올린 인사가 다수라 회장 후보로 올릴 만한 인물은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리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 후보군으로 내부 후보군 5명, 외부 후보군 5명을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 3월 취임한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회장 인선에 뛰어들 여력이 안 된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다른 계열사 CEO들의 경우 직전에 은행 부행장이나 부문장을 지낸 인사들로 회장 자리를 노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입니다. 
 
우리금융은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 선임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모범 관행 기준으로는 12월에 논의를 시작해도 문제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최종 후보를 연말이나 연초에 결정하는 만큼 이달이나 11월 중 임추위가 가동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도 2연임부터 장기 집권으로 보는 만큼 첫 3년 임기만으로는 경영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인적 쇄신 바람이 불면서 유력 회장 후보자인 은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를 교체했기 때문에 연배나 경력 면에서 회장 후보군으로 올리기는 적당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진옥동(사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 가운데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 정부 '눈도장 찍기' 분주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정권 교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은연중 인사 개입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윤석열정부 시절에도 대선 이후 1년여 만에 KB·신한·우리·농협금융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거 교체됐습니다. 진 회장과 임 회장 모두 윤석열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만큼 전임 정부 색깔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 '정권과의 코드'가 변수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실제로 이들 금융지주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조에 적극 화답하며 연임 명분 쌓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 회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과 정부의 핵심 가교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8월15일 광복절 이재명 대통령 국민임명식에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10일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도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홀로 참석했습니다. 같은 달 25일에는 이 대통령의 뉴욕 순방에도 동행했습니다. 
 
우리금융 회장 자리는 다른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임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우리금융의 숙원이던 완전 민영화와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이 거론됩니다. 임기 중 포스증권을 우리종금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동양생명·ABL생명도 인수했습니다. 
 
다만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임 회장 취임 후에도 문제의 대출이 상당수 취급됐을 뿐 아니라 보고 등의 절차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지난 정권에서 내려온 인사로 분류되지만, 우리금융이 윤석열정부로부터 강력한 검사를 받는 등 핍박을 받았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임 회장 연임의 유불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듯 임 회장은 현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80조원 규모의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발표를 주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민간 금융사 중 가장 먼저 10조원 참여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룹 차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협의회'를 직접 주재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정부 기조에도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융당국 조직개편까지 철회한 마당에 무리하게 금융지주 권력 지형도를 재편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금융권 인맥들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욕심을 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민간 금융사 중 가장 먼저 10조원 참여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에서 임종룡 회장이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포용 금융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우리금융)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