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삶의 만족, OECD '하위권'…'사회안전망' 시급
청소년 삶 만족도 65%…30위
걱정·근심·우울 등 부정 정서↑
극단적 선택, 23년 만에 '사상 최고'
또래 폭력 피해 경험률 '급증'
"생애 전반 구조적 문제 '안전망 절실'"
2025-10-01 17:53:43 2025-10-01 19:03:54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면서 '행복 위기' 신호등이 켜졌습니다. 소득과 주거 여건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 관계' 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겁니다.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사회적 보호 체계의 붕괴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개인적 우울·불안이 아닌 사회적 고립·고독·은둔으로 밀어 넣고 있는 생애주기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공공 대응의 필요성도 고민해야 할 정책 과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지표를 보면, 2023년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당 3.9명으로 2000년 이후 23년 만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청소년 삶, 34개국 '다섯 번째'
 
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 만족도'는 OECD 34개국 중 뒤에서 다섯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아동·청소년(9~18세)의 삶의 만족도와 긍정 정서는 2020년과 비교해 전반적인 개선세를 보여 왔습니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10점 만점)를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6.80점에서 2023년에는 6.91점으로 만족도가 오른 바 있습니다. 행복을 의미하는 긍정 정서도 2020년 7.19점에서 2023년 7.23점으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6.99점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만 15세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국제비교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6점 이상인 비율은 65%에 머물렀습니다. OECD 비교 대상 국가 중 하위권인 낮은 수준입니다. 2020년 우리나라보다 낮았던 일본은 71%로 한국을 넘어선 24위를 기록했습니다. 
 
걱정·근심·우울 등 부정 정서는 지난 2017년 2.67점에서 2023년 2.99점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1년 16.4%에서 2023년 8.6%로 12년 사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빈곤율은 OECD 37개국 중 12위 수준이었습니다. 
 
 
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지표를 보면, 학습·역량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의 평균 학습 시간이 감소했으나 사교육 참여율은 증가 추세였다. (사진=뉴시스)
 
극단적 선택 '사상 최고'…폭력 급증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비율은 10만명당 3.9명으로 2000년 이후 2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12~14세 자살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2000년 1.1명에서 2009년 3.3명으로 증가한 후 2021년 5.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5~18세의 경우는 2009년 9.7명에서 2021년 10.2명으로 인구 10만명당 10명을 초과했습니다. 2023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11.4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자살 생각 비율은 2016년 이후 10~14% 증감을 반복하다 2024년 12.7%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성별 자살 생각 비율과 자살 시도율 모두 여자가 남자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등도 이상 불안을 느끼는 아동·청소년의 비율인 범불안장애 경험률은 2024년 14.1%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부터 11.2% 수준을 보이다 2024년에는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청소년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2023년 37.3%에서 지난해 42.3%로 5.0%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래 폭력 피해 경험률은 2022년 16.3%에서 지난해 22.6%로 급증했습니다. 욕설·무시하는 말을 지속적으로 듣는 언어폭력이 16.0%로 가장 많았습니다. 온라인 공간의 언어폭력은 9.1%를 차지했습니다. 신체폭력은 학교 안팎 7.5%로 2022년 6.0%보다 늘어난 상황입니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피해 경험률은 31.0%로 2022년 22.1%보다 늘었습니다. 중학생의 경우 24.4%가 또래 폭력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등학생 피해 경험률은 11.8% 규모를 차지했습니다. 
 
학습·역량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의 평균 학습 시간이 감소했으나 사교육 참여율은 증가 추세였습니다. 지난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0.0%를 차지했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률은 초등학생의 경우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0%대로 급증한 후 지난해 역대 가장 높은 37.4%를 기록했습니다. 
 
외국인을 포함한 0~18세 아동·청소년 인구는 708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3.7%에 불과했습니다. 2040년에는 9.6%까지 하락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아동·청소년 가구의 한부모 비율은 7.7%로 나타났습니다. 맞벌이 가구는 2016년 48.5%에서 58.5%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펜스에 SOS생명의전화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 사회 '관계 붕괴'…생애 전반 구조적 문제
 
문제는 아동·청소년기 때만 아닙니다. 현대사회의 관계 붕괴와 만성적 고독이 청소년기부터 시작해 생애 전반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을 보면, 2017~2023년 발생한 고독사 중 중장년층 비중은 74.8%에 달했습니다. 50~60대 남성의 경우는 전체 고독사자의 53.9%를 차지했습니다.
 
정용제 국회입법처 조사관은 "현대사회에서는 가족 해체, 취업난, 불평등에 기인하는 건강 악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고립·은둔·고독 문제가 전 세대에 걸쳐 심화되고 있다"며 "고독사는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할 수 있으며 경제적 위기, 건강 악화,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그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생애주기별로 고독과 은둔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나며 청소년은 심리·정서적 요인, 청년은 사회구조적 요인, 중장년층은 생애 전환기 위기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해 은둔 상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생애주기별 연계 강화를 위해서는 분절된 법과 제도를 통합해 전 생애주기 기반의 입법 등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 생애주기(청년–중장년–노인)에 있어서 부처·지자체·민관 통합 개선 체계를 구축, 정책 간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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