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의약 분업을 파기하는 선언이자 경제 논리만으로 국민 건강을 도박판에 올린 결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는 오히려 현행 상품명 처방이 의약 분업 제도 취지 실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뒤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수급 불안정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같은 날 약사회가 정책토론회를 열겠다고 하자 선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토마토)
김 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전문적 진료 행위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임상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며 "의사의 판단 없이 임의로 약제가 대체될 경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경제 논리만으로 국민 건강을 도박판에 올리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성분명 처방 강행은 의약 분업 파기 선언"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협이 성분명 처방 의무화 대신 내놓은 대안은 '환자선택분업'입니다. 김 회장은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법 안에는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하겠다'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환자의 편익과 건보 재정 절감을 위해 원내 조제 허용을 포함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민이 약국 조제 또는 병·의원 내 조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자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을 즉각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회장 1인 시위 직후 시작된 정책토론회에선 이광민 약사회 부회장이 토론자로 나서 의협 주장에 맞불을 놨습니다. 오히려 상품명 처방으로 의약 분업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이 위협받는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국민 중심의 환자 건강 강화를 위한 의약 분업 제도 완성을 위한 키"라며 "현재의 상품명 처방 상황이 의약 분업 제도의 기본 취지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분명 처방 한국형 모델 도입' 정책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그러면서 "상품명 처방이 제약, 도매, 제약영업대행(CSO)의 불법적인 영업 행태와 연계되는 경우 의약품 오남용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의약 분업의 취지와 기대효과를 떨어뜨리고,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뿐 아니라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부회장은 또 "의약 분업을 추진하면서 의·약·정 협의로 지역 처방 의약품 목록 제출에 합의했으나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목록이 제출·이행된 바가 없다"며 "이에 의해 의료기관과 약국 간 1대1 구조가 확산돼 전국적으로 고의적인 담합 아닌 담합으로 고착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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